올해와 내년 세계 성장 전망 줄줄이 하향조정… "더 나빠질 수도"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전 세계가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내년에 약간 성장률이 오른다고 해도 추세적 변화는 없을 것이다' 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수정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WEO)'를 간추리면 이런 결론이 남는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 3.6%로 조정했다. 7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0.3%포인트씩 내려갔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올린 걸 제외하면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예외없이 끌어내렸다.
성장률 조정폭이 큰 나라는 신흥국 그룹에 몰려 있다. 세계 경제가 더 이상 신흥국의 성장세에 기대 연명할 수 없다 선고한 셈이다. IMF는 6.1%로 예상했던 인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9%로 1.3%포인트나 내렸고, 2.5%로 봤던 브라질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1.5%까지 내려 잡았다. 두 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0.6%포인트, 0.7%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IMF는 수출 의존도 높은 우리나라도 세계 시장에 부는 삭풍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두 달 새 0.3%포인트씩 낮췄다. 올해 전망치는 2.7%, 내년 전망치는 3.6%다.
그간 한국의 성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평가를 받아온 IMF는 한국개발연구원(KDI·2.5%) 등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과 눈높이를 맞췄다. 한국은행도 11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2%대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IMF의 우울한 시선 뒤에는 끝날 줄 모르는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있다. IMF는 "유로존이 발목을 잡아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고 했다.
IMF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 발표 이후에도 유로존의 생산은 여전히 신통치 않고, 미국도 고용과 소비 회복세가 부진해 저성장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유로존의 위기 수습이 지연되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추가 재정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IMF는 아울러 고꾸라지는 세계 경제에 심폐소생술을 해온 신흥국의 성장세도 대내외 수요 감소세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상승에 따른 공급 충격도 단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주요국의 돈살포(양적완화)가 부를 부작용과 세금 인상을 부를 수 있는 공공기관의 부채, 잠재성장률 둔화를 염려했다. 하루 이틀에 정리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IMF는 여러 위험 요인들을 꼽으며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열어놨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면서 줄줄이 내려 잡은 숫자 마저 방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내려잡은 숫자 만큼이라도 성장을 이루자면 "유로존의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강도 높은 자구책이 마련되고, 미국의 재정절벽 방지책이 합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반 년 새 4배 이상 높였다. 경기 격변기, 세계 최고의 전망기관이 열어놓은 퇴로인 셈이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추락할 확률이 17%에 이른다고 했다. 지난 4월 IMF가 점쳤던 현실화 가능성은 4% 수준이었다.
복합 위험에 대응할 해법으로 IMF는 선진국의 중기 재정건전화와 구조 개혁을 주문했다. 유로존은 은행연합을 구축하고 재정 통합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신흥국에는 대외 충격 완충 능력을 키우면서 내수 활성화를 통해 수요 위축에 대비하라고 했다.
IMF는 아울러 금리를 당분간은 계속 내려야겠지만 시장에 풀리는 돈이 실제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비용을 덜어주고 있는지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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