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코스닥 상장, 세부방안 없이 숫자맞추기식 공모자금 사용
실천방안 없는 국정비전, ‘황제주’ 추락 되풀이 우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황제주’로 불리며 지난 2001년 9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안랩’이 10년이 지난 현재 세계10대 보안업체‘ 등극 대신 현금성 자산만 쌓은 내수기업으로 전락했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민식 의원(새누리당)은 8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랩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부족한 사업계획만 내세우고 영업과 마케팅에만 주력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안랩은 보안업체 최초로 실매출 100억원 돌파에 순이익률이 30%를 기록하는 등 성장성을 평가받았으며, 2001년 9월 코스닥 상장 소식에 공모주 청약금이 1조5000억원이 몰리며 경쟁률이 478대 1에 달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당시 안철수 대표(현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공격경영에 돌입하는 시기다”, “해외비즈니스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1년 8월 16일 안랩이 공시한 2001~2003년 공모자금 사용계획을 살펴보니 공모자금 429억원중 상품매입 218억원, 연구개발 96억원, 해외시장 개척 50억원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상품매입의 경우 파이널데이터, 트립와이어 등 다른 회사제품의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특히 공모자금 사용계획은 2001년 8월에 수립돼 계획기간이 불과 2년 3개월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단지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공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공모자금중 120억원이 남아 현금성 자산으로 예치됐는데, 상장 직전인 2001년 6월말 금융회사에 예치된 현금성 자산은 45억원에서 공모자금 사용계획상 마지막 해인 2003년에는 33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공모 후 3년간 이자수입액만 49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안랩이 공모로 확보된 현금을 2004년 이후 16차례에 걸쳐 주가 안정을 위한 자사주 취득, 2002년 한해에만 한시큐어 등 비상식적으로 인수한 기업을 수습하는 데 138억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숫자맞추기식 공모자금 사용계획으로 현금성 자산만 불린 것은 최근 대기업 행태와 다를 바 없는 경영활동”이라며 “결국 코스닥 상장시 천명한 2005년 매출액 2500억원, 세계 10대 보안전문업체라는 장밋빛 비전은 허황된 꿈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2001년 매출액 254억원, 영업이익 82억원, 당기순익 60억원이었던 안랩은 지난해 매출액 988억원, 영업이익 103억원, 당기순익 119억원을 기록해 외형만 커지고 실속이 없는 기업이 됐다. 내수 비중은 2001년 94.2%에서 지난해 97.9%로 늘어나 ‘우물 안 개구리 기업’으로 전락했다고 박 의원측은 전했다.
박 의원은 “(안 후보가) 대선이 불과 2달여 남은 상황에서 장밋빛 국정비전만 내세우며 세부적인 실천방안조차 내놓지 못한 실정을 감안하면 그간 허황된 꿈으로 추락한 안랩의 사례가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금융감독원은 숫자맞추기식 공모자금 사용계획에 대해 이제라도 철저히 조사해 투명한 공시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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