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철의 초대석 藝感 | 클라리네티스트 박정혜
화려하고 청명한 연주로 평가받는 정상급 클라리넷 연주자 박정혜. 그녀는 “클라리넷이 나의 목소리와 닮았다는 확신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우아한 이끌림이었다. 산뜻한 색채같이 감미로운 이 악기를 내가 존중하고 연주하는 이유이다”라며 애정을 쏟아냈다.
“자연의 선연(鮮然)한 화음을 담고 싶다”는 클라리넷 연주자 박정혜. 낮은 담벼락 너머 알알이 영근 석류가 속살을 드러낼 듯 미풍에 하늘거리는 서울 북촌의 조용한 카페에서 스카이블루 색채가 돋보이는 스카프를 두른 그녀를 만났다.
“저의 클라리넷 음색을 목가적이라고 합니다. 또 보드랍고 은유적이지만 밝고 맑은 화창한 날의 기운처럼 파워도 풍부한 것이 클라리넷악기의 매력이지요.”
독일 유학시절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부탁했다.
“현지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작음 음악회에서 모차르트 곡을 연주했었는데 당대 최고의 연주가가 혹평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며칠을 울었더니 눈에서 광채가 나더군요. 그때부터 오기로 똘똘 뭉친 ‘독한 여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10년 뒤, 마치 필연처럼 그 분 앞에서 똑 같은 곡으로 연주기회가 있었는데 ‘훌륭했다. 감동적 이었다’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가 신선한 경험 이전에 큰 가르침 이었지요.”
그녀는 독일 및 프랑스 두 방식의 클라리넷을 연주할 수 있는 드문 연주자로 꼽힌다. “독일 악기는 소리가 직선으로 나가며 약간 고집스럽다고 할 수 있지요. 프랑스악기 음색은 나팔꽃처럼 퍼지면서 자유스럽다”고 설명했다.
“두개의 악기를 불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내 몸에서 공명(共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개념입니다. 저는 그것을 이뤄냈고 커다란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주요 레퍼토리로 “밝은 곡인데 묘한 슬픔이 진하게 묻어나는 모차르트 최후의 곡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와 기교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선율로 클라리넷 음색을 낭만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1번”을 즐겨 연주한다. 그리고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오페라 아리아들을 클라리넷으로 감상하는데 부족함 없는 루이지 바씨(Luigi Bassi)와 브람스 곡”등도 꼽았다.
그러면서 지금은 꿈이지만 꼭 이루고 싶다며 얘기를 꺼냈다. “집 안에 사람들이 와서 같이 듣고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하우스 콘체르트(House Konzert)를 여는 것인데 건축가인 남편과 그림을 그리는 중”이라며 설레 했다.
한편 그녀는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반추해 볼 수 있는 선곡으로 오는 12월29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송년 초청독주회를 갖는다.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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