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구본무 LG 회장이 임원세미나를 긴급 소집해 계열사 경영진을 강도 높게 질타한 뒤 하루만에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관련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27일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특허 7건을 삼성디스플레이가 무단 사용해 OLED 패널을 만들고 삼성전자가 이를 갤럭시 시리즈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이 같은 조치는 구본무 LG 회장이 전날 임원세미나를 긴급 소집해 경영진들에게 실적 부진, 시장에서의 존재감 상실 등 총체적인 위기 상황을 지적하며 '시장 선도'를 강조하고 나선 직후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올해 들어 꾸준히 LG그룹 계열사의 체질 개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LG전자와 관련 계열사들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자 극약 처방을 내렸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을 점검 받기 위해 구 회장이 직접 주최하는 컨센서스 미팅을 한달 앞둔 가운데 LG그룹의 모든 경영자와 임원들의 평가 기준에서 시장 선도 여부를 최우선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 회장은 OLED TV와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강도높은 개선을 주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대등한 기술력을 갖췄다며 자부하지만 스마트폰 등의 상용 제품 출시에 늦었고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자사 기술을 LG디스플레이가 빼갔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의 경우 LG디스플레이는 시장이 성숙하기를 기다린 반면 삼성전자는 계열사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설립한 뒤 일찌감치 제품을 내 놓고 시장을 이끌어 나갔다. 그 결과 경쟁력 차이도 조금씩 벌어졌다는 평가다.
구 회장의 질책 강도가 높아지자 LG디스플레이가 경쟁사인 삼성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시장 선도 방침을 이번 소송과 연관짓는 시각이 일부 있는데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서 과대 해석을 경계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는 그동안 기자간담회, 비교 시연회 등을 통해 삼성전자의 OELD를 두고 가격이 비싸다, 선명하지 않다, 발열이 심하다는 등 단점을 부각시켜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에 대한 대응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특허공방을 벌였을 뿐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었다.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의 AMOLED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전단지 마케팅도 진행해 논란을 샀다.
OLED 패널이 TV에도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두 회사의 경쟁은 점입가경을 이뤘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기술력이 부족해 소형 OLED 패널 양산을 못하고 있다며 맞섰고 LG디스플레이는 소형에서는 LCD가 더 낫기 때문에 안만들었을 뿐이라며 맞섰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소송에 나선 배경에는 구 회장의 질타 및 시장 선도 이미지 회복의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가 소송에 나서자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기술 발전에는 힘쓰지 않고 경쟁사 비방만 한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두 회사의 이런 감정 싸움은 에어컨, TV 등 전방위로 번졌다. 결국 삼성전자가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동영상을 만들며 비교 광고에 나서자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또 다른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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