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법인고객도 추석선물 짜졌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추석 명절을 앞두고 씀씀이가 컸던 법인고객들이 예년과 달리 '체면몰수'에 나섰다. 수십만원대의 선물을 사들이며 유통업계에서 큰손으로 대접받던 법인고객들이 깊어진 경기불황에 1만원대 미만의 초저가 선물세트 구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옥션에서는 전체 추석선물세트 구매고객 중 법인고객의 결제비중이 전년비 20%가량 증가했다.

특히 1만원 미만의 초저가 선물세트 구매에서는 개인고객보다 법인고객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불황의 여파로 각 회사나 단체에서 주머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소비동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추석에는 1만~2만원대 선물세트가 인기를 모은 반면 올해는 1만원 미만의 초저가 생활형 선물세트가 인기다.

비누, 치약, 헤어·보디용품 등으로 구성된 생활용품 선물세트가 옥션 판매량 베스트 순위에 대거 진입하며 최근 1주일간(17~24일) 관련 제품 판매량도 작년 추석시즌 대비 70%가량 증가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국내 유명 뷰티업계에서 선보인 생활선물세트다.
오픈마켓을 이용하면 최대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에서 내놓은 5000~8000원대 제품이 인기다.

그 밖에도 최근 태풍 여파로 과일 값이 폭등하면서 대체용으로 견과류 선물세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과일보다 호두, 땅콩, 각종 씨앗류 등 견과류는 태풍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이어서 전년비 약 30% 이상 증가했다.

또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반송된 제품인 리퍼용품도 인기다. 등산, 캠핑 등 레저용품이 여전히 추석선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리퍼용품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헬스기구, 골프채, 낚시대 등이 추석선물로 각광받고 있는데 관련 제품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리퍼상품으로 구입하면 최대 50%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반응이 좋다.
매년 아동한복이 추석시즌에 수요가 높았던 반면 올해는 이상기후와 불황 여파로 한복보다 실용성이 높은 일상복을 즐겨 찾는 추세다.

재킷, 카디건 등 1만~2만원대의 아동복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옥션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아이들 재킷, 카디건, 슈트세트가 아동의류 카테고리에 대거 진입하며 판매량도 전년 추석시즌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옥션 관계자는 “일반 개인들은 추석선물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법인고객 비중이 늘었고 체면몰수하고 5000원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