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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의 안방 우승' 박세리와 강만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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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세리머니 뒤엔 그의 세리머니(박세리+후원금) 있었다

'9년만의 안방 우승' 박세리와 강만수 회장 [사진=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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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세리 선수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DB대우증권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난 23일. 같은 시간 KDB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에 참석한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은 소식을 접하고는 어린아이처럼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박 선수가 역경을 딛고 우승을 차지한 모습이 마치 자신이 걸어온 길과 비슷했기 때문인지,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박세리가 9년여 만에 국내 대회 정상에 오르자 산은지주 강 회장과 박 선수간의 인연이 새삼 화제다. 강 회장의 '도전과 개척'이라는 리더십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은 운동선수를 후원해 결국 좋은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박세리와 마찬가지로 계약을 밀어붙인 강 회장 역시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렸다.

강 회장과 박세리와의 인연은 지난해 봄부터 시작됐다. 2011년 5월, KDB금융그룹 회장에 갓 취임한 강만수 회장은 KDB의 이미지와 잘 부합할 수 있는 인물 찾기에 고심하고 있었다. 강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과 함께 '아시아 파이어니어 뱅크'를 KDB금융그룹의 비전으로 삼고 후속작업을 추진중이었다.


강 회장의 머릿속을 불현듯 스치고 지나간 인물은 바로 골프선수 박세리. 강 회장은 그의 팬이기도 했다. 박세리 선수는 구제금융으로 온 나라가 어려웠던 1998년 US오픈에서 샷(shot)을 위해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는 투혼을 발휘해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하지만 오랜 슬럼프와 신지애, 최나연 등 이른바 '세리 키즈'의 급성장으로 '한국 여성골프의 원조'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강 회장이 관심 밖에 있던 인물을 다시 끌어들인 것은 KDB금융그룹의 새 비전인 '파이어니어(개척자)' 정신이 박세리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시름에 잠겨있던 한국인들에게 박세리의 우승은 위안이 됐고 결국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KDB의 도전 정신에 잘 부합한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당시 "박세리 선수가 후원 없이 경기에 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룹 안팎의 생각은 이와 달랐다. 우승 경험이 많은 젊고 잘 나가는 선수들을 두고 하필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퇴물'을 KDB의 새 인물로 삼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박세리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삼성ㆍCJ 등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잘 나가는 선수였다. 우리나라 여자선수들이 23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올린 99승 중 박세리 혼자서 25승을 해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슬럼프가 찾아오면서 후원사들은 하나 둘씩 떠났고 결국 후원사 없이 '홀로' 대회에 참가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강 회장은 "조금 성적이 좋지 않다고 외면한다는 것은 KDB정신과 맞지 않다"고 밀어부쳐 결국 후원계약을 관철했다. 지난해 9월 박세리는 KDB금융그룹과 3년간 후원 계약을 맺었다. 당시 박세리는 "아직도 저를 가능성 있는 선수로서 인정해주니 고맙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강 회장은 후원 계약 자리에서 박세리와 산업은행의 공통점을 언급했다. 강 회장은 "국가가 어려울 때 나서서 희망을 주고 극복해낸 점, 세계무대에 가장 먼저 나간 점, 그래서 큰 경기나 어려운 금융을 먼저 성공적으로 마친 점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그 힘든 일들을 대부분 혼자 해냈지만 아무도 안 알아주는 것도 같지 않느냐"고 박세리를 위로했다.


KDB금융의 광고대행사인 장일형 한컴사장은 "강 회장이 취임 후 강조한 광고 키워드가 '과거의 영광 재연'이었다"면서 "박 선수의 후원을 결정한 것도 박 선수 전성기였던 IMF구제금융 시절 위기의 파고를 넘었던 당시 상황을 잊지말자는 의미였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스포츠 분야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도전, 개척정신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성한 선수가 아닌 '가능성이 엿보이는' 유망주들을 주로 후원한다는 점도 여느 기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박세리 외에 KDB는 지난해 하반기 테니스 선수 이덕희와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이 선수는 청각장애를 가진 15살 소년이다. 또 집안 형편이 어려운 음악 영재 2명에 대해서도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평소 "스포츠 활동은 문화다"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스포츠맨십이 페어플레이와 구성원간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 때문이다. 산업은행 내 직원들의 활발한 스포츠 이벤트 역시 강 회장의 작품이라는 전언이다.

'9년만의 안방 우승' 박세리와 강만수 회장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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