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날 코스피는 17포인트 가까이를 반납하며 5거래일 만에 2000선을 밑돌았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소식을 끼고 2000선 위로 둥실 떠올랐던 지수는 잔잔한 파도를 타고 소폭씩 아래위로 움직일 뿐이다.
21일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의 급등락을 불러올 만한 큰 이벤트가 부재한 가운데 경제지표들와 수급에 따라 소폭씩 등락하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제조업, 고용, 주택지표 등 주요 지표가 전달하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실적개선 대비 소외되고 있는 주들을 주목하면서 다가오는 실적시즌에 서서히 대비하라는 조언이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전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14일 이후 처음으로 2000선을 하회했는데, 투자심리를 고려하면 급락보다는 기술적 조정인 것으로 판단한다. 코스피 종목들의 상승하락비율은 +1 표준편차 영역까지 근접했으나, 아직 평균 구간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심리 과열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하다.
그러나 위험자산으로 전환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미국 VIX, 한국 V코스피와 같은 변동성 지수는 재차 연간 최저점을 기록하면서 전반적인 변동성이 안정되는 상황이다. 물론 과도하게 낮아진 변동성은 매크로 충격에 따라 급등하면서 시장 하락세를 동반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구간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대비 유틸리티 업종지수 상대강도의 20일 이동평균선은 여전히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3차 양적완화(QE3) 발표 이후 일시적인 급락을 제외하면 오히려 유틸리티 업종의 반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적개선 대비 소외되고 있는 주에 관심이 필요하다. 전반적인 투자심리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가운데, 국내기업들의 올해, 내년 실적 전망 하락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따라서 지난 7월25일 이후 반등구간에서 전체 지수를 언더퍼폼하는 동시에 실적개선이 진행됐던 기아차, 삼성생명, LG생활건강, 삼성전기, 두산중공업 등 소외주들에 대한 관심이 유효할 것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 시장의 QE3기대 선반영 논리는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머지는 펀더멘털에 대한 센티멘털이 계속 개선되고 있었던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미국의 서프라이즈 인덱스 레벨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절대적인 레벨을 보면 과거 평균적인 고점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개선될 룸이 많지 않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는 아직 기간적인 측면에서 1개월 이상의 여유가 있고 그 기간 동안에 완만하게 추가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겠다. 마치 절반이 찬 물 잔을 두고 절반이나 찼다고 보는 쪽과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고 보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제조업지표와 고용 등이 예상보다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서프라이즈 인덱스가 견조한 것은 주택지표의 호조 때문인데,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 마무리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양적완화로 향후 주택지표의 회복모멘텀이 강화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달 들어 주택건설 주가의 상승탄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며, 이는 주식시장의 상승추세를 지지할 것으로 본다.
◆임종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금융업을 제외한 국내증시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은 정체(+1.4%, 전분기대비),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대폭 상승(+40.3%)할 전망이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각각 11.1%, 17.7% 상승한 수준이다. 그러나 추정치는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어 중국 및 글로벌 경기하강 기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업종 측면에서는 에너지, 산업재, 헬스케어, 통신서비스 등의 3분기 영업이익 상승이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던 IT업종 역시 이번 분기에는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분기에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이익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증시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 수준이며 과거 5년 평균치인 1.26배를 하회하고 있다. 금융, 산업재, 통신서비스가 과거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 폭이 큰 반면, 주도업종인 IT와 경기소비재는 과거평균 수준에 근접한 모습이다. 이익모멘텀은 약화되고 유동성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현재 상황에서는 하반기 이익성장과 가격메리트 사이에 밸런스를 맞춘 종목 포트폴리오 구성이 유효할 것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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