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이탈리아 정부가 자동차 업체 피아트의 투자를 압박하고 나섰다. 피아트가 공장 다섯 곳 중 한 곳 이상을 폐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엘사 포르네로 이탈리아 노동부 장관이 세르조 마르키온 피아트 CEO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아트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이 때 새로 출시하는 차량을 생산할 공장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면담은 피아트가 2010년 노조와 합의한 투자 계획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사 포르네로 장관은 현지신문인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와의 인터뷰에서 “마르키온 회장은 정부, 주주 뿐 아니라 피아트 노동자들에게도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아트는 2010년 노조와 이탈리아 내 차량 생산 공장에 160억 유로, 자회사에 4억 유로를 투자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그러나 유럽 내 차량 판매가 곤두박질치면서 투자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탈리아의 올해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해에 비해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 8월, 194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매출도 유럽 자동차 시장이 7% 가까이 쪼그라들면서 17% 감소했다.
경쟁업체들은 잇따라 생산 축소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푸조와 GM의 자회사인 독일 오펠은 최근 유럽 내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도 공장 가동 축소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피아트의 투자계획 축소를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의 실업률이 11%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FT는 치솟는 실업률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피아트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긴축으로 지출을 늘릴 수 없는 이탈리아 정부로서는 민간 기업에 투자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재연 기자 uke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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