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성폭력 사각지대' 알바 여대생 충격적 실태

시계아이콘02분 0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성폭력 사각지대 여대생 아르바이트
1. 피해사례


-보험사인턴.호프집.편의점 등 규모 작을수록 더 위험
-술자리 신체접촉은 예사...수치심 때문 하소연도 못해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에 대한 성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로서 강도 높은 노동과 저임금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 성폭력 피해자로 전락해도 쉽사리 신고조차 할 수 없는 게 오늘날 대학민국의 현주소다. 때문에 정부나 성폭력상담소 등의 공식 통계 뒤에 숨은 피해사례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편의점, 호프집은 물론 대기업,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성폭력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여대생 알바'의 성폭력 피해사례와 대처요령, 근본적인 해결책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성폭력 사각지대' 알바 여대생 충격적 실태
AD

"콘돔 사이즈 좀 불러주세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A대학교 1학년생 김모양(20)은 얼마 전 걸려온 전화 한통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을 물건 배달하는 사람으로 소개한 한 남성은 처음에는 콘돔 신제품이 잘 배달됐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콘돔 사이즈랑 품목명을 일일이 불러달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콘돔 사이즈를 아느냐"고 질문 수위를 높이던 남성은 급기야 "자위기구랑 여성용 콘돔을 줄테니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를 알려달라"며 느물거렸다. 참다못해 점장에게 보고했지만 "그냥 전화를 끊으라"는 말 뿐이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이 성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 오래다. 서산 여대생 자살사건, 수원 아르바이트(알바) 대학생 성폭행 사망사건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편의점, 호프집, 피자집, 대형 뷔페 레스토랑,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벌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 여성들이 다른 사람한테 하소연조차 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를 오히려 원인 제공자로 몰아붙이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피해자가 술을 많이 먹거나 밤늦게 다녀서' '알면서도 따라가서' 등의 반응이 그것이다.


16일 오후 서울 시내 커피숍에서 만난 여대생 박모(24)씨.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얼굴에 드리운 그늘은 숨기지 못 했다. 그녀는 아직도 밤마다 악몽을 꾼다. 지난 2월 보험사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끔직했던 기억 때문이다. 박씨는 인턴 수료의 마지막 조건인 보험 계약 한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모 기업 고문인 최모(60대ㆍ남)씨를 지인 소개로 만났다. 그런데 코엑스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점심식사 자리로 이동하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아버지뻘 되는 최씨가 갑자기 박씨의 머리와 볼을 쓰다듬은 것. 목덜미까지 내려온 손은 등을 쓸고 내려가 엉덩이 뼈 바로 위에서 멈췄다.


박씨는 "계약 성사를 위해 다급했던 내 상황을 노린 것 같다"며 "그래놓고도 당당하게 명함을 건네며 연락하라고 말하더라"며 치를 떨었다. 이후 박씨는 그 보험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6개월만에 사직서를 냈다. 최모씨에 대한 기억으로 고객들을 온전히 응대할 수 없었다. 박씨는 "소름끼치는 손길에 대한 기억 때문에 첫 직장생활을 망쳐 버렸다"고 한탄했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성범죄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성폭력상담소의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60% 넘는 피해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지방대학 4학년생인 이모(23)씨는 인터뷰 내내 흐느꼈다. 그는 소규모 학습지 출판업체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다 봉변을 당했다. 사장 김모(42)씨는 회식자리에서 "술자리에는 여자가 옆에 앉아야 한다"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더 맛있다"는 식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 "같이 춤 좀 추자"고 막무가내로 이씨를 끌어내더니 이씨의 등과 허리부분을 감싸는 등 신체접촉도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끼거나 정신적 고통을 당해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방에선 알바를 구할 곳도 많지 않기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AD

성추행 피해 여대생들은 관대한 술자리 문화를 주요 원인중 하나로 꼽는다.


기업체 엔지니어 부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곽모(20)씨는 상사의 술버릇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경우다. 부장이 술에 취했다 하면 홍일점인 곽씨에게 자기 볼에 입을 맞춰달라고 요구했던 것. 그러나 동석한 남성 부원들 중 어느 누구도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곽씨는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치욕감에 몸서리가 처졌지만 그만둔다는 생각은 '감히' 못 했다. 그는 "유교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한국사회에서 성추행 문제는 종종 피해자의 행실 탓으로 볼 때가 많다"고 항변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김보경 기자 bkly477@
김재연 기자 ukebida@
김혜민 기자 hmeeng@
노미란 기자 asiaroh@
이정민 기자 ljm101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