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롯데관광개발 보유 지분 45% 넘겨라"..17일 이사회서 결의
보상비 등 놓고 갈등 확산된 영향.. 지분정리 성사가능성은 '안갯속'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3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둘러싼 대주주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을 용산역세권개발(주)의 1대주주 자리에서 몰아내는 작업에 본격 착수해서다.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 자금 조달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본격화 된 대주주 갈등이 사업의 주도권 싸움으로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17일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이하 드림허브) 등에 따르면 코레일은 17일 오후 이사회를 소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코레일이 최근 30개 주주사들에게 이를 위한 이사회 소집안을 보냈다" 고 말했다. 목적은 롯데관광개발이 보유중인 용산역세권개발(주) 지분 70.1% 중 45%를 넘겨받기 위해서다.
지분 45%는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주)에서 손을 떼면서 롯데관광개발에 넘겼던 것이다. 코레일이 목적대로 이 지분을 가져올 경우 용산역세권개발(주)의 1대 주주 자리가 롯데관광개발에서 코레일로 바뀌게 된다.
현재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주)의 지분구조는 롯데관광개발 70.1%, 코레일 29.9%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시행사인 드림허브와 그 아래 AMC인 용산역세권개발(주)이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는 2중 구조로 돼 있다.
이사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드림허브는 코레일이 25%, 롯데광광개발이 15.1%의 지분으로 각각 1·2대 주주다. 시행사와 AMC의 지분구조가 역으로 얽혀 있는 것이다.
그동안 AMC의 1대 주주로 사업의 실무를 주도하는 롯데관광개발이 사업보상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코레일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주주 갈등이 불거졌다.
코레일은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고집했고, 롯데관광개발은 전환사채(CB) 발행과 외부투자자 모집으로 맞섰다.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자본금을 사업비(약 30조원)의 10~20%인 최소 3조원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게 코레일이 내세우는 표면적이 이유지만 속내는 달랐다.
코레일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삼성물산의 일선 후퇴 등으로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과 토지대금 납부 조건 완화 등을 통해 대주주로서의 희생을 감수해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의 지분구조와 자본금 규모로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경우 유사시 추가적인 부담을 코레일 혼자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코레일 경영진이 우려하는 사항이다.
드림허브의 한 관계자는 "자본금 50여억원 규모의 롯데관광개발이 코레일과 대등한 파트너로 사업을 끌고 가기엔 약하다는 게 코레일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유상증자에 반대하며 CB발행과 외부자금 조달안을 추진하는 것도 대규모 유상증자가 단행될 경우 자금력이 약한 자사의 지분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1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안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롯데관광개발의 반대로 부결되자 코레일은 이제 표면적인 명분을 걷어내고 노골적인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하지만 17일 이사회에서 코레일이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날 지는 미지수다. 우선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대규모 유상증자가 다른 주주사들에게도 부담이란 점에서 코레일이 특별결의 조건인 3분의 2 이상의 동조자를 끌어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이사회 구성은 10명으로 코레일 소속 3명 외에 4명이 이사가 코레일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롯데관광개발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45%를 코레일이 가져갈 법적인 근거가 있는 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사회에서 코레일의 의도대로 결론이 나도 후속 법적 분쟁 등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김창익 기자 windo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