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이 12일 박근혜 대선후보의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판결은 두 가지" 발언을 사과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선을 빚었다. 당이 허둥대는 모습을 한층 들여다보면 지켜보는 국민들조차 박 후보처럼 '멘붕이 올 지경'이다.
이날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수습 방안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 관계자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 4시가 돼서야 홍일표 대변인이 나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40분 만에 "그런 이야기 나눈 적 없다"는 박 후보의 말이 전해졌다. 급기야 이상일 대변인은 사과 입장이 전해진 지 불과 1시간 만에 "(홍 대변인의 사과는) 박 후보와 전혀 이야기 안 된 상태에서 나온 브리핑"이라고 설명했다. 당은 밤늦게 긴급 대책회의를 연 뒤 "피해자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한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박 후보는 어디에 있었을까. 박 후보는 이날 참석 예정이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공식 일정이 생겼다고 통보했을 뿐이다. 당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박 후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질문을 받지 않겠다"더니 뒤늦게 당의 사과 입장을 부정했다.
박 후보의 인혁당 관련 입장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소통 문제를 드러냈다. 홍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박 후보측 핵심관계자에게 전문을 확인받았다"며 "그게 후보에게 전달이 안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우선 당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대변인조차 박 후보와 제대로 의사소통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확인됐다. 박 후보에게 당 지도부마저 접근할 수 없는 '인의 장막'이 형성돼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박 후보의 불통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당 경선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던 경선후보들은 토론회에서 "박 후보와 통화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18대 국회에서도 당사자는 입을 닫고 측근 의원들이 그의 의중을 전하는 방식이 문제가 됐다.
비박계 이재오 의원은 최근 논어 자로편(子路篇)의 구절을 인용해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박 후보가 한 번 쯤 생각해 볼 대목이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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