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감사원 감사에 걸려…비자금 조성, 금품수수, 채용비까지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이 주요 사업의 성과급을 비자금으로 만들고 단란주점 외상값을 직원들에게 대납시켜 감사원 공직기강감사에 덜미를 잡혔다. 감사원은 박 원장을 해임하라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12일 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이 65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14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하는 등 비위가 뚜렷해 박 원장의 임면권을 가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관련법률 12조1항에 따라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비자금은 인센티브(성과급) 총액을 늘여 만들었다. 받아야할 인센티브보다 더 많이 주거나 대상자가 아닌 직원에게 준 뒤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박 원장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면서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2009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6차례 박 원장이 전·현직 부장(책임연구원)들에게서 걷은 돈은 6475만원이다. 만들어진 비자금은 법인카드를 쓸 수 없는 골프장이나 단란주점 등지에서 지인접대에 쓰였다.
박 원장은 직원들에게 직접 현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초연의 보직자급인 책임연구원에게 대외활동비조로 현금을 요구해 지난해까지 5차례에 걸쳐 14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이다. 그는 또 단란주점, 노래방의 외상을 모 부장에게 대신 갚아줄 것을 요구, 22차례에 걸쳐 794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했다.
감사원은 박 원장의 인사비리까지 밝혀냈다. 박 원장은 연구원 국제협력전문가 공모에 조카 딸을 응시시킨 뒤 채용되도록 심사위원들에게 압력을 넣었다. 공모과정에서 ‘국제협력 업무경력 3년 이상’이란 자격제한은 무시됐고 결국 박 원장 뜻대로 채용됐다.
연구원 부설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던 조카의 동서가 본원 정규직으로 채용되도록 내부선발지침도 바꿨다. 청탁을 받고 전 감사의 사위를 경력규정을 무시하고 본원 홍보팀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박 원장이 전임원장 때부터 관행적으로 자신과 가까운 직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연구원 발전을 위해 같이 썼다는 등 해명했으나 신빙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감사원 감사결과대로면 박원장의 비리는 출연연 40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비리백화점’과 같다”며 “교과부와 연구회는 박원장 해임처분으로 끝낼 게 아니라 검찰고발 등 법적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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