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른 성장 아닌 대선株만 폭등..개인은 사고 기관, 외국인은 매도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코스닥시장이 고스톱 판이 돼 버렸다. 코스닥지수가 5개월여 만에 개인 매수세 속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일부 테마주들만 주가가 폭등하면서 시장 전반에 '훈풍'이 부는 대신 '투기꾼'만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코스닥지수는 514.42에 장을 마친데 이어 12일 오전 9시15분 현재 오름세를 지속하며 517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일 종가는 지난 4월3일 515.83을 기록한 이후 약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지수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개인투자자다. 3대 매매주체 중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57억원, 195억원 매도했으나 개인은 홀로 2076억원 사들이며 코스닥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지수는 5개월여 만에 510선을 넘어서며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개별 종목으로 보면 내용이 다르다. 과거 게임업종이나 바이오업종, 화장품 업종 등이 주도주 역할을 하며 순환매 장세 속 지수를 끌어올렸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테마주' 하나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월3일부터 전날까지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이노셀과 케이씨에스, 정원엔시스, SM C&C, 현대디지탈텍, 다믈멀티미디어, 씨앤케이인터, 대성창투, 에이티넘인베스트, 컴투스, 경봉 등이다. 주가가 급등한 종목 대부분이 대선후보나 후보 정책과 관련된 테마주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거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케이씨에스와 정원엔시스, 경봉은 각각 405.96%, 383.83%, 219.86%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일자리 공약 덕에 대성창투(289.86%), 에이티넘인베스트(283.19%) 등의 창투사도 급등했고 안철수 테마주인 다믈멀티미디어(311.76%), 케이씨피드(197.62%), 오픈베이스(158.59%) 등도 크게 올랐다.
이처럼 개인투자자와 투기 성향이 짙은 일부 정치 테마주들만 코스닥시장에 난립하면서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형님인 코스피지수가 오를 땐 안 오르고, 떨어질 땐 더 떨어진다는 오명을 5개월여 만에 벗긴 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평가다.
투기판에 한탕을 바라고 뛰어든 사람 중 '대박 꿈'을 이뤘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코스닥 투기판에 단기 이슈만 보고 뛰어든 개인투자자들도 오르는 종목은 팔고, 내리는 종목은 사는 '뒷북' 매매패턴을 보이면서 이미 상당부분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오경택 동양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은 회사 장기성장성을 체크하지 않고 단기 이슈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테마주는 움직임이 빨라 이득을 보기 어려운 만큼 이슈에 쏠림 투자하기보다 장기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라"고 당부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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