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홍콩 재계대표 한자리에
친분 없던 두사람 '가교역할'
삼성, 중화권 공략에 큰 도움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의 만남에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가교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권 최대 기업인 홍콩 청콩그룹과 협력관계를 구축 해 온 이 사장이 지금까지 교분이 없던 이 회장과 리카싱 회장의 면담을 직접 주선하며 후계 구도를 다지고 나섰다.
지난 11일 홍콩 퀸스로드센트럴 청콩센터 내 영빈관에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진 세사람과 청콩그룹 최고경영진 세사람이 나란히 모습을 나타냈다.
삼성에서는 이 회장, 이 회장의 장남인 이 사장, 그룹 내 경영을 총괄하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세 사람이 참석했다. 청콩그룹 역시 리카싱 회장이 직접 참석했고 리 회장의 장남인 빅터 리 그룹 부회장, 청콩그룹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케닝 폭 그룹 사장이 참석했다.
삼성그룹과 청콩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인물들이 모두 참석해 일대일로 협력관계를 맺은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이 모두 참석했다는 것은 대를 이어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중화권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그룹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과 리카싱 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교분이 없었다. 이번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이재용 사장이다. 이 사장은 지난 6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과 함께 리커창 중국 부총리와 면담을 가진 뒤 바로 홍콩으로 향했다.
당시 홍콩에서 귀국하던 이 사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밝은 얼굴로 "홍콩에서의 일이 잘 됐다"며 "아직 누굴 만났는지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 사장은 지난 6월부터 청콩그룹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 사장은 8월에는 청콩그룹 계열사 H3G가 영국에서 진행중인 LTE 망 구축에 기지국 장비를 단독 공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사장은 H3G와 관련된 비즈니스에 나서며 리카싱 회장의 장남인 빅터 리 부회장과 교분을 맺고 리카싱 회장과도 지난 7월경 만났다. 이후 이건희 회장과 리카싱 회장의 면담을 주선하며 홍콩 최대 부호와 한국 최대 부호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두 회사는 단순 협력 관계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협력에도 나설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과 청콩그룹의 합작법인 설립도 점치고 있다. 각자 강점이 달라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각각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참석해 교분을 다진 것은 물론 삼성은 전자, 엔지니어링, 건설쪽에서 강점이 있고 청콩은 서비스 인프라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물산이 지난 7월 홍콩 지하철 공사를 수주한 것을 언급하며 청콩과의 상호 협력을 제의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및 타개 방안,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가졌다.
한편, 이 회장은 리카싱 회장과의 면담 후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 시장을 돌아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 등 자녀들의 글로벌 사업 성과를 직접 살펴보고 삼성그룹 비 전자 계열사의 글로벌 시장 공략 현황을 직접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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