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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수습기자에 포즈 취해준 이건희 회장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08초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기자, 김포공항으로 가라."


10일 오전 7시30분, 삼성전자 전용기가 뜬다는 정보를 입수한 선배가 취재지시를 내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공장 기공식 참석 차 출국한다고 했다. 지난 8일 권 부회장이 한 시간을 당겨 입국하는 바람에 김포공항에 헛걸음 했던 때를 떠올렸다. 이번에는 꼭 만나야지 싶었다. 공항에 도착해 우여곡절 끝에 탑승자 명단을 확인했다.

권 부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VIP 순으로 나열되는 탑승자 명단 맨 꼭대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밑으로 부인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름이 차례대로 올라 있었다.


현장에 타사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것은 곧 이 회장 출국 단독 취재를 의미했다. 행운이었다. 그러나 걱정이 앞섰다. 시가총액 30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을 이끄는 총수와 대면하다니 배포 좋은 수습이라도 조금은 떨릴 수밖에 없었다.

삼성미래전략기획실 직원들과 저 멀리서 걸어오는 이 회장을 맞았다. 이 회장은 일행을 발견하곤 먼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기자는 먼저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하고 이 회장에게 물었다. 삼성 직원들이 이를 막으면서 긴장감이 돌았다. 그것도 잠깐. 이 회장은 대답 대신 포즈로 답했다. 공항에서 두 시간을 기다린 기자의 수고를 외면하지 않고 사진포즈를 취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사진이 흔들려 거듭 재촬영을 요구하자 싫은 내색 없이 홍 여사, 이 사장과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해 보였다. 아내와 딸의 손을 꽉 쥔 모습은 대한민국 보통 가장의 모습이었다.


이날 만난 이 회장은 딸의 경영 성과를 다독이는 아버지, 수습기자의 맹랑한 촬영 요구에 기꺼이 걸음을 멈춰준 너그러운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찍은 7장의 사진들이 그것을 잘 웅변해준다. 1장은 아시아경제신문 1면에 게재됐다. 이날 이 회장의 출국사진으로는 유일한 것이다.


재계에 출입하는 기자에게 기업 총수는 견고한 성벽과 같다고 한다. 그런데 수습 5개월만에 삼성전자 이 회장을 취재했으니 행운이다. 이날 취재는 이 회장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부인,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직원들한테 먼저 인사하고 수습 기자에게 포즈를 취해 준 이 회장의 모습은 기자가 갖고 있던 재벌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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