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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송재학의 '소금쟁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9초

지금 물 위에 떠 있는 게 아니라 물의 살점을 움켜쥐었다 수면 아래 물의 정강이뼈까지 만졌다 저수지와 드잡이질 채비를 했다 저가 가볍기에 더 가벼운 게 무언지 궁금했던 게다


송재학의 '소금쟁이'


[아,저詩]송재학의 '소금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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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덕수궁 연못의 물 위에 노는 소금쟁이를 찍어 그 이미지를 크게 확대시켜 본다. 렌즈 속으로 들어온 저 벌레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을 선언하던 옛사람처럼 우주의 단독자이다. 익숙한 생의 표면 위에 얹혀져 있지만 다음 행동을 무엇으로 해야할지 고민하는 포즈를 버리지 않았다. 아니다. 자기도 이런 풍경은 처음 보는 것이다. 물빛이 실크 너울처럼 부드러워져서 물결이 바람치며 일어나는 그 순간을 움켜쥐는 일은 생전 처음인 것이다. 그때 움켜쥐는 맛이란 도도하고 달콤하지만 왜 불안하지 않겠는가. 조물주는 소금쟁이에게도 내세(來世)를 보장하지 않았다. 딱 한 번 뿐이다. 소금쟁이가 물결을 주름잡을 때 그가 일으킨 파문은, 내가 시를 써서 일으킨 파문보다 훨씬 크지만 그는 등단시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송재학은, 오오 저 포즈를 물의 살점을 움켜쥐고 정강이뼈를 나꿔채며 저수지와 한판 씨름을 벌이는 풍경으로 읽는다. 백두 한라 금강급보다 더 가볍고 가벼운 잠자리급 초파리급 그리고 소금쟁이급.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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