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홍대→안대희→전태일→MB→종교지도자→中지도자
정치개혁 위해 스스로 목에 방울달기
경제민주화 김종인에 힘 실어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광폭행보가 거침없다. 8·20일 전당대회에서 공식 선출된 지 보름을 맞이한 박 후보의 행보에는 수락연설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제민주화를 디딤돌로 이념과 세대를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 "국민대통합 시대 열겠다더니…"=박 후보는 지난 20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국민대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후보는 일단 기존의 좌우 구도를 깨뜨렸다. 그는 후보 선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노동운동을 하다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동상을 찾았다. 그는 2일 여권 내 화합과 보수층 결집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회동을 가졌다.
취약층으로 분류되는 2030 세대와의 접촉면도 늘려갔다. 그는 지난달 26일 20대 문화의 상징인 홍대 거리를 거닌데 이어 3일 한양대에서 열린 '잡(job)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취업을 고민 중인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건네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젊은 층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자신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다더니…"=박근혜 후보 수락연설의 두 번째 키워드는 '정치개혁'이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공천헌금 파문에 대해 '정치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부패와 비리에 어느 누가 연루되어 있다고 해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가 천명한 정치개혁은 '국민검사' '차떼기 검사'로 불리는 안대희 전 대법관에게 정치쇄신특별위원회를 이끌도록 하면서 구체화됐다. 그간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후보자 본인을 포함해 친인척을 관리하겠다는 포석이다. 안 위원장도 임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후보의 가족을 제외한다면 이 자리에 있을 의미가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새누리당은 이어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과 춘천지법 원주지원장 출신의 이상민 변호사를 추가로 영입했다.
◆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 걸음이라더니…"=박 후보는 이어 대선 공약을 담당할 적임자로 경제민주화의 '저작권자'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낙점했다. 김 전 수석은 박근혜 비대위원회에서부터 경제민주화를 당 강령으로 내세우는 등 새누리당 정책기조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대선캠프의 정책을 담당할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기용됐다.
당초 새누리당은 경제노선을 놓고 김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를 축으로 한 두 세력이 갈등을 빚는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진영 정책위의장이 김 위원장과 호흡을 맞추도록 구도가 짜이면서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노선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대선 공약 등의 정책은 결국 김 위원장과 안종범·강석훈 의원의 머릿속에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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