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 특히 민주통합당 측 대선 실무자들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선 캠프를 완성하기 위한 일종의 스카우트 작업이다.
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안 원장 측은 지난 달 민주당 문재인ㆍ손학규 대선경선 캠프에 소속된 정책ㆍ홍보 실무자 2~3명에게 '안철수 대선캠프' 합류를 제안했다.
제안을 받았던 한 캠프 실무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저를 포함해서 제안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다른 캠프에서는 이런 사실이 회의 안건으로 올라 심각하게 논의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안 원장은 아직 국민의 생각을 듣고 있다"며 "그럴(캠프를 구축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이 이처럼 선을 그엇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 측의 이 같은 행보를 캠프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으로 간주하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 생각을 듣는 중'이라는 것은 원칙적인 입장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야권에서는 안 원장이 '대선출마 결심이 서는 때'가 아니라 '캠프가 완성되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안 원장 측이 갈등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음에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건 민주당 쪽에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대선이나 국정을 경험한 '전문인력'이 많이 포진돼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주자들의 캠프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대선 실무로만 따지면 민주당에는 준비된 요원들이 많다"며 "선거판 인력풀은 예상 외로 좁다. 안 원장이 여당과 함께 할 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안 원장의 독자출마를 점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대선 전까지의 형식 문제"라며 "선거의 실질을 따지면 안 원장이 범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한 완전히 별개의 후보로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안 원장 측과 민주당 사이에는 인적 구성과 관련해 이미 상당수의 '접점'이 존재한다. 특히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몸담았던 구민주계, 친노진영 등의 인사 여러명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변인이 대표로 있었던 홍보ㆍ기획 전문업체 피크15커뮤니케이션은 지난 4ㆍ11총선 과정에서 다수의 민주당 후보 선거 컨설팅 업무를 맡았었다. 유 대변인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춘추관장으로도 일했다.
'안철수의 생각' 대담자인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또한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 측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인사, 진보매체 기자 등을 최근 잇따라 영입했다.
한편 안 원장은 지난 달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을 비공개로 만났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텃밭'인 경기 군포를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안 원장은 평소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꾸준히 밝혀왔다. 김 전 의원과의 만남이 안 원장의 향후 대권 가도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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