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학생들, ‘서남표 총장 퇴진’ 락페스티벌 ‘애니웨이 굳 나이트크럽’ 진행, 학교는 행사 불허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대학가에 인디밴드들이 다 모였다. 진채밴드, 회기동단편선, 아홉번째, 자보아일랜드, 와이낫 등 9개 팀의 밴드들 대부분이 KBS방송의 'TOP밴드' 에 출연하고 홍대 등에서 꾸준한 공연을 벌이는 등 실력을 인정받은 팀들이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학생들은 오는 6일 저녁 6시 카이스트 행정본관앞 잔디밭에서 락 페스티벌 '애니웨-이 굳 나이트크럽'을 연다. '애니웨-이 굳 나이트크럽'은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추진하는 학생모임 '애니웨이굳나잇 ENT'이 여는 행사다.
이 락페스티벌은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지난 1학기말 시험에 앞서 벌인 '공부 시위'에 이어 벌이는 또 하나의 문화 시위다. 그야말로 저항과 소통의 새로운 형식이다.
행사를 준비한 학생은 "이번 행사는 어떻게 하면 학생답게 재미있게 즐기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낼 수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락페스티벌이라는 형식으로 제안됐다"며 "8월 초에 카이스트 온라인 커뮤니티 아라에서 처음 제안된 이후 온오프라인 상에서 뜻이 맞는 학생들이 모여 한 달동안 뜨겁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락페스티벌을 준비하며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었다. 이 학생은 "카이스트 학우들의 뜨거운 성원과 함께 자발적인 모금으로 재정이 조달됐고 교통비도 안되는 섭외 비용에도 많은 밴드들이 순수하게 취지에 공감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학생들은 락페스티벌 홍보를 위해 방학때 직접 제작한 동영상 '오빤 남표스타일'을 지난 달 23일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총장 퇴진에 공감하는 학생이 직접 참여해 학교 곳곳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재미있는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가사는 학생들이 서 총장의 불통으로 지적했던 영어 강의와 기성회비 문제, 교수와 학생 고소 등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개사했고 마지막에는 'MIT식 소통법'이라고 꼬집었다.
동영상을 제작한 학생은 "이번 행사가 그저 총장 퇴진만을 외치는 행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카이스트를 사랑하고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모여서 서남표 총장 이후의 카이스트의 모습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 총장의 퇴진을 위한 학생들의 움직임에 학교에서는 행사 불허로 맞섰다. 학교측은 ▲학생들이 학생활동 5일 전까지 행사 허가신청서를 학생정책처에 제출해야 하지만 제출하지 않은 점 ▲개강과 동시에 면학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사를 갖는 것에 대한 유감 ▲학생 또는 단체가 수업이외의 학생활동 또는 외부인을 초청해 학교시설물을 이용하고자 할 때는 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 등을 들어 행사를 반대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가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다"며 "학교본부는 구성원 모두가 학내 조기안정화 및 건전한 선진문화 조성과 정착을 위해 보다 성숙한 자세로 '학교발전을 위한 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봐 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행사를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겠지만 행사 뒤 학칙에 따른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학교의 반대에도 학생들은 행사를 끝까지 진행할 뜻을 밝혔다. 행사 주최 학생들은 내부 게시판 '아라'에 올린 글에서 "학교에서는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는 황당한 이유를 가지고 행사 진행을 불허했다. 애매모호한 이유를 들어 행사진행을 막는 것은 명백히 학내에서의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재갈을 물리고 원하는 목소리만 듣겠다는 행위"라며 "이번 행사를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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