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프라다폰서 먼저 출시..."디자인은 유행" 소송 제기 안해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애플에 소송을 걸면 우리가 이겼을텐데…'
삼성-애플의 특허 소송 여파가 LG그룹 직원들 사이에서는 '특허 소송' 농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디자인이 과거 LG전자가 선보인 제품을 빼닮은 탓에 "우리도 애플에 소송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오가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소송이 가열되면서 과거 LG전자가 출시한 제품들이 새삼 화제를 낳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 3월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디자인의 프라다폰을 출시했다. 같은 해 6월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 LG전자가 먼저 유사한 디자인의 휴대폰을 출시한 것이다. 애플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배심원 평결에서 삼성전자의 침해를 인정받은 특허 6건 중 1건이 이와 관련된 특허다.
LG전자가 2001년 3월 독일 '세빗(CeBIT) 2001'에서 공개한 '웹패드'도 직사각형 모양의 외관 디자인을 갖춰 아이패드를 연상케 한다. 이 제품은 리눅스 운영체제(OS) 기반으로 터치 패널, 펜, 무선 네트워크를 지원해 기능도 유사하다. 해외 제품명은 '디지털 아이패드'로 애플 아이패드와 이름까지 비슷하다. 이 제품이 공개된 시기는 애플이 2009년 첫 아이패드를 출시할 때보다 무려 8년이나 앞섰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에 적용한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디자인을 자사 특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조'는 LG전자인 셈이다. 이에 따라 LG 그룹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애플을 상대로 소송이나 걸어보자"는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
그룹사의 한 직원은 "처음 아이폰이 나왔을 때 LG전자 내부적으로 프라다폰과 디자인이 너무 유사하다는 말들이 있었다"며 "지금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을 보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 때 애플에 소송을 걸었어야 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사 직원도 "원조를 찾으면 얼마든지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의 유사함에 대해 당시 애플을 상대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프라다폰은 터치폰, 아이폰은 스마트폰으로 부문 자체도 달라 시장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적었고 디자인은 트렌드라는 판단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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