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정준영 기자]태풍 볼라벤이 수도권을 훑고 간 28일 오후 서울시내 퇴근길은 예상과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강한 바람과는 달리 빗줄기가 약했던데다 침수 피해를 우려해 대중교통을 택하거나 퇴근 시간을 조정한 시민들이 많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퇴근 시간이 몰리는 오후 6~7시 빗발이 거세지 않은 데다 평소보다 오히려 인파가 줄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근 버스정류장엔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쓰지 않은 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여의도행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이모(24, 여)씨는 "바람이 세서 우산이 접힐까봐 펴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라매공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김모(31)씨도 "우산을 폈다간 되려 바람에 날아갈까 걱정된다"며 웃었다.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일산으로 퇴근하는 직장인 주모(29)씨 역시 "여느 비오는 날이랑 비슷하다"며 예상과 달리 혼잡하지 않은 퇴근길을 전했다. 한걸음 늦게 오후 8시께 퇴근한 직장인 김모(27)씨는 "우산 한번 뒤집히지 않고 집에 도착해 단단한 각오에 비해 오히려 허무했다"며 "빗줄기보다 먼저 피한 바람 역시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태풍피해를 우려해 재택근무를 택한 직장인들도 한산한 퇴근길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박모(34)씨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전날 팀장에게 보고하고 집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박씨 부서원 100여명 중 10% 이상이 이날 '스마트워킹'을 신청해 집에서 근무했다.
도로 역시 대중교통 못지않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오후 6시께 반포대교부터 일산을 잇는 강변북로에선 차량들이 시속 80km속도로 막힘없이 달렸다. 해당 구간은 평소 오후 9시 무렵까지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구간이다.
다만 오후 8시를 넘기며 빗줄기가 다소 거세지는 모습을 보여 늦은 시각 귀가하는 시민들은 도로 사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순간적으로 흩뿌리는 비에 도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한때 순간 최대풍속 초속 51.8m 강풍을 몰고 온 15호 태풍 볼라벤은 북한을 관통한 뒤 29일 오전 만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태풍의 중심은 우리나라를 벗어났으나 아직 수도권과 강원 영서 일대가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부는 직접 영향권 아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자정까지 오히려 바람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내일 새벽까지는 추가 피해 발생 여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나영 기자 bohena@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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