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세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머릿속도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로 큰 폭으로 떨어진 집값 때문에 집주인들의 보증금 반환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가 서민 생활을 핍박하게 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주택을 구입하기 보다는 임대차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여름 전·월세 거래량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가 집계한 7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0만240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3%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임대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움직였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주택 전셋값은 12.3% 급등했다. 매월 1% 이상 상승했다. 이에 반해 집값은 하락하면서 전셋값 대비 매매가격 비율이 61.5%까지 올랐다. 일례로 3억원짜리 아파트의 전셋값이 작년 1월 1억5000만원 수준이었다면, 작년 연말에는 1억8000만원으로 뛰었다는 얘기다. 올해 역시 소비자들의 매매위축으로 인해 집값은 떨어지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셋값 상승만이 서민을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집값 하락은 담보가치를 떨어뜨려 자칫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 집값 하락에 따라 보증금 반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가을 이사철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 전·월세 실거래 건수가 대략 30만 건에 육박될 것으로 추정되면서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물론 올해는 평년과 비교해 전·월세 가격 변동 폭이 둔화됐고 인구이동률이 감소하는 등 이사보다 눌러앉는 재계약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보증금 반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세 재계약시 주택 권리변동 반드시 확인해야
특히 전세 재계약의 경우 집주인의 보증금 인상 요구가 동반될 수 있어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 전세금을 올려 계약했을 때 증액되는 전세금의 보호를 위해 신경 쓸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세입자는 해당 주택의 권리변동이 있었는지 등기부등본을 열람해야 한다. 새로운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이 있을 경우 전세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유료로 확인할 수 있다. 임대차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한 후 이를 가지고 추가로 확정일자를 받으면 인상한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도 추가로 발생한다. 이때 기존 계약서를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선순위 저당권이나 대출 있는 전세물건을 재임차할 경우 채권 최고액과 전세금액이 주택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고 임차보증금 반환의 안정성을 체크해야 한다. 최근 경매 낙찰률과 응찰자 수, 주택낙찰가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비율이 주택가액의 60~70%를 넘지 않도록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대출비중이 높은 집의 재계약이라면 보증금 미반환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집주인에게 올려준 임차보증금 증액분으로 선순위근저당권 채무 중 일부를 상환하거나 변제토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전세계약서에 특약을 별도 명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대인이 근저당권말소의무나 은행변제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 반환, 임차인이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특약을 맺는 것도 방법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은행을 방문해 저당권 말소나 대출변제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원룸같이 구분등기가 되지 않는 주택의 세입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 몇 명으로부터 얼마의 임차보증금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다. 만약 근저당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할 경우 통상 모든 세대에 대해 동시에 경매를 신청하게 되고, 경락대금 비율로 소액임차보증금의 배당도 확정일자가 늦을 경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보증부 월세 평균이율 따져보고 재계약
저금리와 수익형 부동산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 형태로 재계약하는 경우도 따져볼 것들이 많다.
계약기간이 끝나 임차보증금 증액을 월세형태로 올려달라고 한다면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인 월세이자율을 살펴봐야 한다. 월세이자율은 [월세가격/(전세금-월세보증금) ×100]으로 계산한다. 최근 수도권 위주로 월세이율이 낮아지는 추세고, 다세대나 오피스텔보다 평균 이율이 낮은 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집주인과 협상을 해야 한다.
종전 전세보증금은 변동 없이 월세만 인상됐을 경우 처음 확정일자를 받은 계약서를 보관했을 시 기존 확정일자를 받은 날로부터 우선변제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새로 작성한 전·월세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추가로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묵시적 갱신 등 임대차계약 만료 전에는 사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는 집주인이 계약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종료 통보를 할 경우 세입자는 갑자기 이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이럴 때를 대비해 전세계약 만료 전 집주인과 재계약을 상의하는 등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현재 전월세 등 임대거래에 있어 집주인과 세입자는 각각 임대차 계약종료 1개월 전에 전세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만 전세기간 종료 전까지 세입자와 집주인이 별말 없이 기간을 연장했다면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것으로 자동연장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하다. 묵시적 갱신이 이뤄 졌다면 계약기간이 지난 뒤 집주인은 마음대로 집을 비우라고 요구할 수 없고 2년의 임대차기간에 묶인다. 임차인은 계약 기간 내 언제든지 해지통보가 가능(3개월 전 통보)하고,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필요도 없다.
전월세 보증금 반환 주의점
전세 재계약시 주택 권리변동 반드시 확인
- 세입자 등기부등본 열람 필수
- 임대차계약 추가 확정일자 시 기존 임대차계약서 별도 보관
- 대출 있는 전세 건물 재임차 시 임차보증금 반환 안정성 체크
- 원룸 등 구분등기 세입자는 세대별 권리변동 확인
보증부 월세로 재계약 시 평균이율 확인 후 재계약
- 임차보증금 증액 시 월세형일 경우 ‘월세이자율’ 확인 필수
- 임대차계약 만료 전 ‘묵시적 갱신’ 등 기간 연장 확인 필요
이코노믹 리뷰 홍성일 기자 h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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