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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5.0 시대]대기업서 배운 노하우 中企에 베푸는 제2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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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재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자문위원

-LG임원·기아정보시스템 대표 등 역임…그동안 경험 바탕 맞춤 컨설팅 재능기부
-은퇴는 사회와 단절 아닌 자연스러운 새출발
-4년째 경영자문…"생존법은 현장에 있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왜 은퇴(隱退)에 퇴(물러날 퇴)가 붙는지 모르겠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에서 만난 남기재(68)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자문위원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은퇴의 의미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다.


남기재 자문위원은 "은퇴는 '끝났다', '떨어졌다'의 개념이 아니라 자의든 타의든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던 일을 총집합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란 그간의 경력, 사회와의 단절이 아니라 물이 수로를 지나 도랑을 흐르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설명이다. 듣고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은퇴를 가리켜 '인생 2막', 인생 2모작' 등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를 덧씌우는데 정작 은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뜻은 '단절'과 가까우니 말이다.

[은퇴 5.0 시대]대기업서 배운 노하우 中企에 베푸는 제2인생 남기재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자문위원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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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위원이 택한 '새로운 길'은 중소기업 경영인들에게 경영 자문을 해주는 봉사활동이다. 한 때 LG에서 함께 일했던 오세희 경영자문단 2대 위원장의 권유로 지난 2009년 4월 첫 자문을 시작했으니 벌써 4년째다. 대기업 퇴직 임원들로 구성된 경영자문단은 1대1 맞춤 컨설팅을 통해 경영 전반의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달해준다.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재능 기부'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여러 기업을 거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내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알려줘야겠다, 사회에 남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행동이 옮긴 것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남 위원은 중소기업에 자문을 할 때 '현장'을 강조한다. 현장에 가서 중소기업과 함께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현장을 찾는다. 그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잘 짜여져 있지 않아 불안정한 상태에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다섯 손가락이 다르듯이 각 기업마다 특징이 달라 인적 구성, 기술력 등 각 기업별 특징을 고려한 자문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맞춤 자문을 해주니 결과도 좋았다. 남 위원이 처음 자문을 맡은 A중소기업은 기술력은 좋았으나 경영과 미래 발전에 대한 구상이 미흡했다. 그는 기업 상태를 진단한 끝에 사업 구조부터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 주주 구성 등 하나부터 열까지 맞춤 처방을 했다. 그 결과 2008년 매출 11억원에 불과하던 A기업은 올해 4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호통도 치고 한다"며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중소기업이 이를 잘 받아들여서 성장해나가는 보면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기업을 두루 거치며 체득한 그의 노하우는 중소기업 자문에 큰 자양분이 된다. 남 위원은 LG 임원을 시작으로 강원이동통신, 기아정보시스템 등 통신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이후 TDS, 태흥아이에스를 이끌다 지난 2010년 후배에게 회사를 맡기고 나왔다. 자신을 따르는 후배를 위한 순리적인 결정이었다. 그는 "세월이 지나 회사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후배들의 역할을 키워줘야 한다"며 "수년 전부터 업무를 서서히 맡기다 몸에 배게 한 후 부드럽게 물러났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시기적으로 사회조직상 은퇴한 것"이다.


아직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은퇴하려면 멀었다는 게 남 위원의 생각이다. 남 위원은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스스로 확인해보는 방법으로 운동을 택했다. 지난 4월 말부터는 자전거를 타고 틈틈이 인천 아라뱃길에서 보를 따라 낙동강 하구뚝까지 내려갔다왔다. 연초 자문위원들이 모인 회의 석상에서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해보겠다던 다짐을 지켜낸 셈이다. 65살이 되던 해까지는 마라톤도 완주했다. 그는 "마라톤을 뛰다보면 인생도, 일도 단번에 승패를 낼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 것처럼, 취미는 사람과 생각을 살찌게 한다"고 전했다.


남 위원은 앞으로도 스스로 다짐했던 일들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 맞는 은퇴 계획이 필요하지만 순리대로 그 다음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치열했던 젊은 날의 노하우를 녹여 물 흐르듯이 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의 순리대로 몸을 맡기고 그 안에서 최선의 삶을 사는 남 위원의 인생 철학이 읽히는 대목이다.




박혜정 기자 park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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