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이 도무지 불가능하지 싶은 철인 3종 경기에 감히 도전장을 던졌다고 하죠? 이번 9월 말 참가 예정이라는 올림픽 코스의 경우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 등 총 51.5km라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완주해야 한다고 하니 멤버들의 허약한 면면을 살펴봤을 때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신청부터 해놓고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워가자는 게 제작진의 배짱인 모양인데요. 무엇 하나 제대로 못 하는 멤버들을 돕고자 매년 경기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배우 송일국 씨가 감독으로 초대됐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송일국 씨가 주상욱 씨를 이렇게 평가하더군요. 사극과 현대물, 두 가지가 다 되는 배우가 흔치 않은데 주상욱 씨는 바로 그 두 가지가 다 되는 배우라고요. 동감입니다. MBC <선덕여왕> 출연 당시 비담(김남길)에게 모든 관심이 몰려서 그렇지 주상욱 씨가 연기했던 월야도 꽤 인상적이었거든요. 자, 이제 거기에 하나 더 보태야 되겠네요. 사극에다 현대물, 예능까지 되는 배우라고 말이죠.
주배우의 예능 도전, 걱정이 앞섰습니다
사실 주상욱 씨가 ‘남자의 자격’에 투입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습니다. 새로 판을 짜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 잡음이 일었다는 점이 불편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시청률이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마당에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는지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tvN <특수사건전담반 TEN>이며 SBS <자이언트>로 어렵게 쌓아올린 연기자로서의 좋은 이력에 흙탕물이 튈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요. 게다가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을 비롯한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능감을 인정받았다고는 하나 훈훈함 보다는 까칠함이 장기인 ‘남자의 자격’이 누굴 배려하고 이끌어주는 프로그램은 아닌지라 걱정이 앞설 밖에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주위에서 두루 받쳐주지 않으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 얼마 전 MBC <신들의 만찬> 때 익히 경험해본 일이잖아요.
일해 온 분야 자체가 다르고 현장 분위기도 사뭇 다르니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꽤 소요될 테고,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기다리는 일에는 소질이 없거든요. 그리고 이 팀이 처한 현재 상황이 어떻게든 혼자만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편이 옳은가, 아니면 적당히 멤버들과 보조를 맞춰 주는 편이 옳은가, 그마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라서 말이죠. 오죽하면 한참 KBS <개그콘서트>를 통해 독설로 명성이 자자했던 윤형빈 씨조차 그 동안 내내 기를 못 펴는 바람에 재기용이 되느냐 마느냐 논란까지 있었겠어요. 솔직히 주상욱 씨가 마음 붙일 구석이나 있을까 싶었습니다.
철인 3종 경기도 멋지게 끝내세요
뭐니 뭐니 해도 큰 형님인 이경규 씨를 어떻게 대해야 옳을지, 아마 그게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숙제였을 겁니다. 웃자고 하는 얘기들이겠지만 지금껏 우리 모두가 들어 온 일화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오늘 저녁 충고와 다음 날 아침 충고가 전혀 다르다든지, 조금만 재미없었다가는 가차 없이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한다든지, 사람 얼어붙게 만드는 데에 이분만한 분이 또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첫 번째 과제였던 시내버스 여행 미션에서 지금까지 ‘남자의 자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건방진 콘셉트로 이경규 씨에게 어필해 합격점을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엔 누구와 자리를 함께 해도 이야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아니 이야기를 만들 줄 안다는 말이 더 맞겠네요. 밉지 않게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할 줄도 알고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내세워줄 줄도 알고, 어디서 뭘 해도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김준호 씨 쪽에서 일방적으로 딴죽을 거는 것이긴 해도 둘 사이에는 이미 톰과 제리처럼 아옹다옹하는 설정이 생겼고요, 산사로 마음 여행을 떠났을 때 보니 윤형빈 씨와도 앞으로 재미있는 그림이 많이 만들어지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습니다. 또한 이번 수영 강습 당시 주상욱 씨가 속했던 열반, 그 중에서도 이윤석 씨 분량이 다른 회에 비해 많았던 것도 곁에 있었던 주상욱 씨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한 달이 채 못 되는 사이 존재감이 확실해질 줄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런가하면 놀랍게도 배근력 테스트에서 송일국 감독을 압도하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죠? 비록 수영에서는 안타깝게도 아직 열반 신세지라만 저는 믿습니다. 누가 뭐래도 9월 통영에서 있을 철인 3종 경기에서 주상욱 씨만큼은 완주를 해내리라는 것을요. 하는 김에 송일국 씨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는 것도 슬쩍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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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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