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국채 매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ECB가 국채 매입을 위한 기준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CB가 유로존 국채 매입을 위한 기준 금리차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정 유로 국가의 국채 금리가 독일 국채 금리보다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ECB가 해당 국가의 국채 매입에 나선다는 식이다. 예를 들어 현재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1.5%이고 금리차 기준을 5%포인트로 결정할 경우 다른 유로 국가의 국채 금리 6.5%가 ECB의 국채 매입 기준 금리가 되는 것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ECB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금리 수준을 알 수 있게 돼 시장과 ECB의 소통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미 24%를 웃도는 등 유로존 국가별로 금리 격차가 커 동일한 기준 금리차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국가 별로 다른 기준 금리차를 달리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지르키 카타이넨 핀란드 총리 등 일각에서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드라기 총재의 대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주목거리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초 ECB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이들 국가의 국채 매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슈피겔은 이와 같은 기준 금리차 설정 여부를 ECB가 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슈피겔은 또 ECB가 향후 유로 국채 매입과 관련한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유로존 국채 매입 직후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ECB는 유로존 국채 매입 내역을 1주일에 한 번, 월요일마다 공개하고 있다.
ECB는 2010년 5월 유로존 국채 매입을 시작해 지금까지 2000억유로 이상 국채를 매입했다. 하지만 ECB는 올해 2월28일 두번째 3년만기 장기 대출(LTRO)을 실시한 후 국채 매입을 중단했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국채매입 보다는 LTRO와 같은 비전통적 조치들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