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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김순옥 작가가 소환한 가부장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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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김순옥 작가가 소환한 가부장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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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1-2회 SBS 토-일 밤 9시 50분
피아노가 흑과 백의 건반으로 이루어져있듯이 <다섯 손가락>의 주요 인물들도 선과 악의 두 얼굴을 오간다. 첫 회에서 집에 불을 지르며 영랑(채시라)의 울부짖는 모습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지호(주지훈)의 얼굴이 악이었다면, 14년 전의 어린 지호(강이석)의 얼굴은 선 그 자체였다. 드라마는 그 선하고 순수하던 소년이 차가운 악의 가면을 쓰게 되기까지의 변화 과정을 하나의 주요 플롯으로 삼는다. 2회에서 두 얼굴을 드러낸 또 한명의 인물은 영랑이었다. 권위적인 재벌회장 유만세(조민기)의 순종적인 아내로만 보였던 그녀는 만세가 그의 후계자로 지호를 염두에 두자 이제껏 감춰두었던 독하고 잔혹한 표정을 드러내고야 만다. 첫 회의 방화 신에서 강렬하게 대면했던 지호와 영랑의 두 얼굴을 초반부터 드러냄으로써 이제 드라마는 이것이 흑백의 가면을 손에 쥔 두 사람의 대결임을 분명히 했다.


1, 2회에서 펼쳐진 만세와 영랑의 대립은 그렇게 이후의 주축이 될 영랑과 지호 갈등의 예고편 격에 해당한다. 만세와 영랑은 서로를 배신한 비밀의 얼굴을 등 뒤에 숨긴 채 살아왔다. 돈과 거래하듯 결혼한 영랑은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있으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체 했던 만세는 여러 차례의 외도와 무시로 그녀에게 고통을 준다. 영랑이 그의 억압을 인내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아들 인하(주창욱)가 가업을 이어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세가 지호를 후계자로 삼으려 하자 그녀의 분노는 드디어 맨 얼굴을 드러낸다. 그 순간 예고된 화재 사고는 마치 그 한이 불러일으킨 분노의 불처럼 느껴지며, 14년 뒤 지호의 방화 신과 병렬 구조를 이루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다섯 손가락>은, 억압적 가부장제에 의해 살해당한 아내와 남편의 갈등을 그렸던 <아내의 유혹>을 그 가부장의 적자와 의붓 엄마와의 갈등으로 변주한 드라마로 볼 수 있다. 영랑은 남편의 사후 자신의 왕국을 세우려 하고, 지호는 자신을 추방시키려는 어머니로부터 그 왕국을 다시 뺏고자 한다. 요컨대 <다섯 손가락>은 가부장의 여전한 유령과 일그러진 모성의 이중주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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