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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개강인데…" 도박으로 등록금 날린 A씨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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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률 높다는 '사설 스포츠토토', 결국은 '덫'


"곧 개강인데…" 도박으로 등록금 날린 A씨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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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한 학기 등록금을 날렸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솟고 자책감이 들어요. 불법인 줄은 알지만 높은 배당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던 게 이유죠"

지난 17일, 기자가 만난 대학생 이도진(25·가명·구미)씨는 한눈에 보기에도 도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평범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현재 졸업반인 이씨는 올해 초 거액의 돈을 잃었다. 총 500만원, 학생 신분에서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액수였다. 이게 다 사설 스포츠토토라 불리는 온라인 불법 도박 때문이었다.


그가 사설 스포츠토토를 알게 된 건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참석한 술자리에서 '담뱃값을 벌었다', '술값 정도는 떨어진다' 등 몇몇 친구들의 무용담을 들은 게 시초였다. 친구들은 적게는 몇 만원에서 10만원 정도의 돈을 걸고 재미삼아 즐기기엔 딱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솔깃해진 이씨가 호기심에 해본 도박은 친구들의 말처럼 꽤나 쏠쏠했다. 큰 기대 없이 5만원 이하의 돈을 걸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률(통상 2~3배) 때문인지 쉽게 몇 만원을 벌게 됐고, 돈을 딸 때의 짜릿함은 왠지 모를 자부심마저 느끼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달리 좀 더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 될 줄은 이씨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취업문제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수중에 가진 돈에 눈이 돌아갔다. 군 제대 후 학원 강사와 고기집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모아놓은 돈을 좀 더 늘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해진 수순처럼 가진 돈 중 100만원을 사설 스포츠토토에 털어 넣었다.


하지만 그 돈을 한 번의 게임으로 잃게 된 이씨는 "설마 다 잃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몇 십 만원을 더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다였는데 정말로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씨의 좌절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자책감과 분노로 인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던 그의 머릿속은 온통 잃은 돈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르바이트로는 100만원이라는 큰돈을 금세 벌어들이는 게 무리라고 판단한 이씨는 이전보다 배당률이 몇 십 배에 달하는 큰 규모의 게임에 다시 배팅(betting, 내기 등에 돈을 거는 행위)했고 거짓말처럼 또 다시 잃었다.


"자꾸만 잃으니까 초조감은 극에 달했는데 오히려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이대로 돈을 날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만 돈을 걸었는데 그때야말로 돈을 다 날리게 된 거죠"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고 말하는 이씨. 그가 이 경험으로 얻은 건 빡빡해진 생활과 여유 없는 마음, 아르바이트로 뺏기는 시간이다. 지난 3년여 간의 대학생활 동안 이씨는 등록금 외에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스스로를 대견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경계심을 늦춘 순간 한탕주의로 돈을 날려버린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사설 스포츠토토는) 아이디 추천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나 역시 누군가를 통해 알게 되긴 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 "운 좋게 큰돈을 만질 수도 있지만 잃은 경우가 더 많고 잃을 경우 삶 자체가 망가져버린 느낌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곧 마지막 학기 개강을 앞둔 이씨는 돈을 잃은 후 여름방학 때 또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모한 게 많이 속상하다고 말한다. IT관련 대기업 입사가 꿈인 이씨는 여름방학엔 부족한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유럽여행을 다녀오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비교적 중산층에 속하는 그는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린 뒤 손을 벌릴 수도 있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이씨는 "도박에 빠져드는 사람 누구나 다 자신이 중독될 걸 예상하진 않지만 사람인 이상 돈을 잃게 되면 이성적으로 자제가 안돼요. 저 같은 경우는 이 사실을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고 큰 경험으로 생각하라는 충고를 들은 뒤 좀 진정이 됐지만 후유증은 쉽게 없어질 것 같진 않네요"라고 말을 맺었다.


최근 취업난과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도박에 빠져드는 20~30대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가운데 이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지난달 18일 발표된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도박 중독으로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를 찾은 20~30대는 모두 542명으로, 2010년(468명), 2009년(258명), 2008년(212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 4년간 2.56배나 증가한 것이다.


또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를 찾은 전체 인원 중 20~30대 비율은 2008년 46.2%에서 2011년 59.5%(174명)로 13.3%p 높아졌고, 모든 연령층 가운데 20~30대 연령층의 증가폭이 가장 큰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사설 스포츠토토 시장이 연간 4조원 대를 넘어섰다는 보고에 따라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젊은 층의 불법 도박사이트 유입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곧 개강인데…" 도박으로 등록금 날린 A씨의 고백 (출처: 스포츠토토 공식 홈페이지)


사설 스포츠토토에서 배팅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으로, 지난 2월 개정된 국민체육진행법에 따라 사이트를 홍보하거나 중개·알선하는 행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및 도박을 한 사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역시 처벌을 받게 된다.




장인서 기자 en130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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