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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크로니클⑦]'빨간 마스크' 쓴 그녀의 충격적인 비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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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크로니클⑦]'빨간 마스크' 쓴 그녀의 충격적인 비밀이 빨간 마스크를 소재로한 일본영화 '나고야 살인사건(2007)'. 3편까지 제작됐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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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부터 초·중학생 사이에는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를 조심하라는 괴소문이 돌았다. 방과 후 귀가하는 아이에게 흰색(혹은 붉은색) 버버리 코트에 빨간 마스크를 쓴 젊은 여성이 나타나 "나 예뻐"라고 묻는다. 아이가 예쁘다고 하면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데 입이 귀까지 찢어져 있는 끔찍한 모습이다. 아이가 "예쁘지 않다"고 하면 이 여성은 화가 나서 손에 들고 있던 긴 가위(혹은 낫)로 아이를 베어 죽인다. 반대로 "예쁘다"라고 하면 "너도 예쁘게 해줄게"라며 아이 입을 손이나 가위로 찢어버린다는 도시괴담이다.

빨간 마스크 괴담은 1979년 봄 일본에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해 전국민을 공포에 질리게 했다. 빨간 마스크가 언론에 등장한 것은 79년 1월 일본 기후현의 한 지역신문이다. 농촌에 사는 한 노파가 마당 한 켠에 있던 화장실에서 입 찢어진 여자를 보고 혼절했다는 게 기사내용이었다.


같은해 6월에는 주간 아사히에도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이후 일본의 초중학생에게 '빨간 마스크' 이야기는 빛의 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했고 어른들까지 이 도시괴담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쿠시마현과 카나가와현에서는 행인을 빨간 마스크로 착각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차가 출동했고, 사이타마현의 몇몇 학교는 아이들에게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하교하라는 가정통신문이 만들었다. 25세 여성이 빨간마스크 복장을 한채 칼을 들고 다니는 장난을 치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괴담은 8월이 되자 마치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초·중학생들이 여름방학 때문에 왕래가 드물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한국에서는 십여 년 후인 1993년 가을께 빨간 마스크 괴담이 뒤늦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TV 뉴스에 '빨간 마스크' 사건이 실제로 보도됐다더라"는 소문이 덧입혀진게 일본 괴담과 차별된다. 93년 12월 한 신문기사를 참고하자면,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학부형들의 전화가 방송국에 매일 100여통 가까이 빗발쳤다고 한다.


빨간 마스크 괴담의 유행은 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거세지던 80년대 시절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하루 종일 학원을 전전하다 밤늦게 귀가하는 아이들이 어둑한 골목길을 지나며 두런두런 나누던 이야기는 어느덧 밤거리를 지배하는 괴물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빨간 마스크가 아이들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증거는 많다. 그 중 하나는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치과'나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교'가 빨간 마스크 이야기에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한 여성이 치과 치료 중 의사 머리에 바른 포마드 냄새가 너무 역해 고개를 휙 돌리다 수술도구에 입이 찢어졌고, 그 이후 빨간 마스크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빨간 마스크가 입고 다닌다는 흰색 버버리코트는 의사들이 입는 흰색 가운과도 비슷하다.


'학교'와 '빨간 마스크'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다. 그녀와 마주치는 장소는 '주로 하굣길 의 어느 골목'이다. 빨간 마스크는 학교 강당 무대 아래쪽에 있는 창고용도의 빈 공간, 혹은 체육관 지하실에 산다. 학교 양호실에 있는 항상 마스크를 하고 있는 사람(양호선생)이 사실 입 찢어진 여자라는 설도 있다.


빨간 마스크를 무찌를 수 있는 수단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우선 빨간 마스크는 '포마드'에 약하다. '포마드'라고 세 번 외치면 그녀는 뒷걸음질 치며 도망간다. 포마드는 주로 성인 남성이 머리 손질을 위해 사용하는 정발제의 일종으로 특유의 강한 냄새가 난다. 20~30년 전 아이들에게 포마드는 '강한 성인남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이외에 '마늘'이나 '개' 등이 빨간 마스크의 약점이다.


재밌는 사실은 빨간 마스크 괴담의 버전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후쿠오카현의 빨간마스크는 전자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좋아한다고 한다. 때문에 빨간 마스크 앞에서 100엔짜리 동전을 흩뿌려놓으면 그녀가 동전을 줍느라고 정신 없는 동안 도망가면 된다는 설이 있다. 또 빨간 마스크가 특산품 엿을 유독 좋아한다거나 두부를 싫어해 보여주면 도망가 버린다는 이야기 버전도 있다.


빨간 마스크는 신체적인 능력도 탁월해 100m를 3초만에 달리며 키는 2~4m나 된다. 750cc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는 사람을 추격해 죽였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한편 빨간 마스크와 비슷한 괴담이 일제강점기의 한국에서도 있었다. 2001년 발간된 일본의 한 괴담집에는 작가가 한국에서 채집했다는 '입 찢어진 자매'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에는 마스크 쓴 여자가 무려 3명이나 등장한다.


눈 오는 밤 입이 찢어진 세 자매가 집으로 찾아와 가족들에게 "우리 중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묻는다. 이 때 한 명만 가리키면 다른 여자들이 질투하며 대답한 사람을 죽여 버린다. 대답 대신 재빨리 3명의 마스크를 떼어내면 이 여자들은 시체들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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