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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최금진의 '돈키호테를 만나다' 중에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7초

나는 노인의 목에 맨 줄을 힘껏 당겼다/희망이 얼마나 지겨운지, 노인이/들고 있는 물그릇을 빼앗아 나는 밟아버렸다/노인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나쁜 것이다 … 노인은 천천히 풍차를 향해 걸어갔다/텅 빈 양철깡통 소리/뎅그렁뎅그렁, 밤 12시를 향하여/바람부는 서쪽을 향하여/나는 노인을 몰고 갔다

[아, 저詩]최금진의 '돈키호테를 만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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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진의 '돈키호테를 만나다' 중에서



■ 웬 노인학대냐고, 눈살을 찌푸릴지 모르지만, 삶의 시간 갈피 중에서 한겹만 접어서 보면, 노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닌가. 내 속에 들어있는 늙은 돈키호테. '돈키호테같다'는 말은 우리도 자주 쓴다.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에만 사로잡혀 마구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그런 형용사를 흔히 붙여준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맞고 세상이 틀렸다면? 세상이 틀림이 없을 거라는 우리의 굳은 믿음을 잠깐 유보하고, 세상이 틀렸는데도 돈키호테가 맞은 행동을 한다면? 그러면 돈키호테는 세상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제정신을 가진 정신이, 미친 세상을 향해 돈키호테짓을 한다면? 세상의 돈키호테들을 비웃을 때, 내가 급히 따져봐야할 일은, 세상과 돈키호테 중 어느 것이 제정신인지 분별하는 일이 아닐까.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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