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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빈섬의 '소안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8초

"쩌거가 내 배여, 회색"/임진왜란 때 섬에 들어온 고씨는/소안도 동해로 넘어오자 말했다./그리고나서 한 동안 말이 없었다./서해보다 출렁거리는 동해를/마시기라도 할 듯 숨을 들이켰다./"쩌거 요즘은 이천오백만원이야./내가 살 때는 이천이백 줬지. 비싸."/묻지도 않았는데 중얼거렸다./고씨는 배가 세 척 있다. 물론/서해에서 팔백오십 만원 짜리/낙지잡이배를 설명할 때,/이미 동해 쪽으로 눈길을 줬다./그로서는 순서가 틀렸던 것이다./동해의 이 배를 말하고 그 다음에/서해의 작은 배, 그리고 더 작은/낚시배 20만원 짜리를 말해야 했었다./방바닥에 누웠어도/배 위에 출렁이는 배./후두둑 쉰 네 살 비가 듣는다.

[아, 저詩]이빈섬의 '소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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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 잡아 먹고살만 합니까. 이 질문에 고씨 표정이 굳어졌다. 굳어진 입에서 그물에 걸린 꽃게처럼 대답이 튀어나왔다. "못 삽니다." 소안도 사는 사람 대개는 소라와 김 양식으로 돈을 번다. 장어 잡고 낙지 뜯고 바지락 캐선 돈이 안된단다. 고씨는 동대문서 장사하다 말아먹고 남은 돈 털어 고깃배를 샀다. 고씨의 두 자식 외에 여기서 낳은 세 자식이다. 그 맏아들 회색 배 앞에 서면 소안도는 품에 새끼 안은 년처럼 웅크릴 수 밖에 없다. 그곳 달목다방에선 비린내 안나는 여자가 없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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