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상대 분쟁에 집단대출 부실도 증가…금감원, 무작정 소송 제재방법 없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은행을 상대로 한 집단대출 소송이 증가하면서 금융감독원이 '떼법' 처리에 골몰하고 있다. 집단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가계대출 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높아진 데는 '대출 무효'를 주장하는 떼법이 한 몫 한다는 판단이지만 금융당국은 적당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에 어려운 모습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의 집단대출 관련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은 1.37%로, 2010년 12월말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단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이 0.67%인 점을 감안하면 집단대출 연체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집단대출 총잔액은 102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1.37%인 1조4000억원 어치의 채권이 예정일보다 3개월 이상 연체됐다고 볼 수 있다.
집단대출은 특정단체 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일괄적인 승인에 의해 이뤄진다. 신규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이 대표적이다.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2010년 이후 가격 하락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은행을 상대로 한 법정다툼은 늘어나는 양상이다. 금감원이 이들의 소송을 '떼법'으로 간주하는 배경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1분기 집단대출 부실채권비율은 1.21%였으나 2분기에는 늘었다"면서 "소송이 늘어나면서 대출금을 갚지 않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약자가 승소할 경우 어차피 낼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문제는 '떼법'이 은행과 차주(借主)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집단대출 연체로 인해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76%로 5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집단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비율 역시 6년 만에 최대인 0.67%를 기록했다. 은행 건전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차주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 감독을 맡고 있는 금감원은 해결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출거래약정서상 차주는 계약자인 만큼 대출금을 갚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제도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떼법이지만 제재방안이 마땅찮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에 집단대출 부채 상환을 미루는 소송당사자들에게 '3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토록 지도했다. 현행규정상 대출 상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을 경우 당사자는 곧바로 신용불량자가 된다. 게다가 채무부존재 소송의 경우 계약자가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현재 계약자의 채무부존재 소송 건수는 지난 4월 말 기준 27건이다. 이 가운데 2건이 지난해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원고 승소는 한건도 없다.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메시지 알림은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인데, 은행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고지할 경우 '소송하지 말라는 거냐' '협박하는거냐'라는 식의 집단 반발을 살 수 있다'면서 "다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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