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나석윤 기자]"중구청장은 우리를 대화파트너로 인정해달라"
16일 오전 8시 동대문 남평화시장 19명의 노점상들이 강제철거를 나온 300여명의 구청직원들을 결사항전으로 막아섰다. 지난달 25일 행정법원이 이영복 외 18명의 노점상들이 제기한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전부 10년 이상씩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인데 준비기간도 안주고 철거해버리겠다니 말이 됩니까?" 노점상 대표 이영복씨(64)는 지난해 6월 거리정비 통보 이후 단 한차례도 상인들과 대화의 기회를 갖지 않은 중구 구청장을 원망했다.
이날 남평화시장 30m정도 폭의 도로에 노점상 강제철거를 위해 들어선 포크레인 앞에는 "나를 밟고 지나가라"며 상인 3명이 드러누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노점상들은 한달, 1년이 되더라도 구청을 상대로 생존권 다툼을 하겠다며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노점상인은 구청관계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의자를 던져 가게 유리창을 부수며 "아들 딸 조카같은 애들 데려와서 뭘하겠다는거냐"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구청에 용역으로 고용된 것으로 보이는 청년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대치한지 3시간이 지난 오전 9시경 구청에서는 노점상입구에 위치한 평화시장측 소유의 컨네이너박스 2개만 철거하겠으니 자리를 내달라는 입장을 상인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컨테이너를 철거하며 생긴 공백을 틈타 노점상들까지 철거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구청관계자는 "1년여전부터 수차례 자진철거를 요청하며 준비기간을 충분히 줬다"며 오늘 중 강제철거를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편화시장 앞 도로무단점유시설물 정비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사와 맞물려 시민들에게 쾌적하게 걷고 싶은 가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노점상들과 중구구청의 법정다툼에서 불법노점상들이 점유·사용하고 있는 부분이 상당한 면적을 차지해 일반인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동대문시장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중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중구청은 이날 강제철거를 앞두고 남평화시장 건물 출입구를 통제했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상인들의 불만도 쏟아내는가 하면 평화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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