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멀티골' 한국, 잠비아와 평가전서 2-1 승(종합)

[안양=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 K리그의 힘으로 '아프리카 챔피언'을 훌륭히 제압한 한 판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잠비아를 맞아 이근호의 멀티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선수 전원을 K리거로 구성해 임했다. 유럽리그 개막과 올림픽대표팀 일정을 고려한 결과였다. 비록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해외파는 모두 빠졌지만, 2012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팀 잠비아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승리를 따냈다. 덕분에 다음 달 있을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잠비아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김신욱(울산)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동국(전북)과 투톱을 형성한 그는 최전방에서 압도적 제공권을 활용해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오른쪽 측면 김형범(대전)의 정확한 킥이 위력을 더했다. 이근호(울산)도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로 상대 허점을 노렸다. 초반 한국의 공세에 잠비아는 당황한 기색에 역력했다.

선제골도 한국의 몫이었다. 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 김형범이 올린 크로스는 골문 앞 이근호에게 정확히 연결됐다. 이근호는 방향만 바꾸는 감각적 헤딩으로 골문을 열어 젖혔다. 김신욱, 곽태휘(울산) 등 장신 선수들에 수비가 몰린 틈을 정확히 파고든 결과였다.

잠비아도 곧장 반격에 나섰다. 빠른 템포의 역습으로 ‘아프리카 챔피언’ 다운 면모를 보여줬고, 전반 28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교체 투입된 엠마누엘 음볼라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엠마누엘 마유카가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골망을 갈랐다. 한국 수비 조직력이 다소 아쉬운 장면이었다. 골키퍼 김영광이 낙하 지점을 잘못 잡은 데다, 수비수 신광훈과의 사인도 맞지 않았다. 낯선 수비 조합에 사흘의 짧은 훈련 기간 탓이 컸다.

한국은 곧장 전열을 정비해 주도권을 다시 잡았다. 김형범의 정확한 크로스와 김신욱-이동국의 포스트 플레이를 중심이 됐다. 하지만 잇단 슈팅이 선방에 막히거나 골문을 빗나갔다. 전반 36분에는 이근호의 아크 정면 슈팅이 골키퍼 손에 걸렸고, 6분 뒤 김형범의 프리킥을 받은 곽태휘의 헤딩 슈팅도 골대를 외면했다.

전반을 1-1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신광훈, 곽태휘, 김형범을 빼고 고요한, 김진규(이상 서울), 이승기(광주)를 투입했다. 곧바로 추가골을 뽑아내며 다시 앞서나갔다. 이번에도 이근호였다. 후반 2분 김정우의 힐패스를 받은 이근호가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곧바로 왼발 중거리 슈팅, 또 한 번 골을 기록했다.

이후 한국은 일방적으로 잠비아를 몰아 붙였다. 다만 정확도가 아쉬웠다. 후반 9분 이동국의 결정적 슈팅과 후반 11분과 14분 김진규의 대포알 같은 장거리 프리킥 모두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선 이동국의 헤딩 패스를 받은 정인환의 헤딩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삼켰다.

최강희 감독은 이후 황진성(포항), 송진형(제주), 심우연(전북) 등 남은 교체 자원을 모두 투입했다. 선발 센터백이던 정인환(인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고, 황진성을 측면에 배치하는 등 여러 조합을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며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가 헐거워진 틈을 탄 마유카의 오른발 슈팅은 김영광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2분 뒤 역습 상황에서 수비 뒷 공간을 파고 든 제임스 차망가의 골키퍼 1대1 상황 로빙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왔고, 튀어나온 공을 이삭 찬사가 재차 슈팅했지만 골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경기 점유율을 높이며 남은 시간을 잘 보냈고, 결국 2-1 승리를 완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