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해 놓은 차에 적혀있는 전화번호 수집해 사설 도박광고 문자 보내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 박모씨(30)는 휴가차 강원랜드를 다녀온 뒤 갑자기 늘어난 스팸문자에 시달리고 있다. 내용은 모두 도박과 관련된 인터넷 주소와 안내문구다. 처음에는 강원랜드에서 정보가 샜는지 의심했지만 카지노에 입장할 때는 신분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잠깐 보여준 일밖에 없어 어떻게 휴대폰 번호가 노출됐는지 아직도 의아스럽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불법 도박 업체들이 강원랜드 카지노를 비롯해 주변지역에서 무분별하게 개인 휴대폰 번호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인력을 고용해 강원랜드 카지노 일대 주차장을 돌며 차량에 붙어있는 비상연락처를 적어가는 방법으로 휴대폰 번호를 모은다. 특히 이들은 카지노 지하주차장은 물론 야외주차장, 사북읍내까지 이 지역 일대를 모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연락처는 스팸문자 발송에 이용된다. 문자에는 '랜드보다 편하게 집, 사무실, 회사, 담배도 태우며…'라는 식의 홍보문구와 함께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설도박 사이트 주소가 적혀있다. 스팸문자를 보내는 연락처는 '010-xxx-xxxx'처럼 일반 휴대전화번호다. 그러나 이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면 없는 전화번호라는 안내음성만 나올 뿐이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올해 성수기(7월 마지막주~8월 첫째주) 동안 강원랜드 카지노의 하루 평균 입장객은 1만1000여명에 달했다. 평소 8000~8500명에 비해 30%가량 더 늘어난 숫자다. 고객들이 2~4명씩 자가용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대부분이 개인 전화번호 유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자폭탄에 시달리는 고객들은 강원랜드에 항의도 해보지만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회사가 모두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고객들의 항의가 늘면서 1시간에 2회정도 주차장을 순찰한다"며 "주차장이 이곳저곳에 넓게 퍼져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수법이 교묘해 적발 자체가 어렵다. 처음과 달리 이제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이용해 양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채 전화로 연락처를 불러주고 있다. 이런 경우 행동은 의심이 들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어 적발을 해도 발뺌하기 일쑤다.
강원랜드는 고객 항의가 접수되면 사안에 따라 이 지역을 담당하는 정선경찰서에 신고한다. 그러나 경찰측도 뚜렷한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선경찰서 관계자는 "신고된 내용만으로는 개인 휴대폰 번호가 실제로 강원랜드 주변에서 수집돼 노출된 것인지 다른 경로로 노출된 것인지 파악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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