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 후보들이 9일 '텃밭' 대구·경북(TK)을 찾아 저마다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자신의 고향임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비박 주자들은 박 전 위원장을 향한 TK 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의식한 듯 공세의 수위를 낮추며 동정표를 호소하는데 집중했다.
박 전 위원장은 홍보영상을 통해 "이제 더 큰 꿈을 다지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고향에 왔다"며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더 큰 정치인으로 크기 위해 고향에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섬유와 전자 중심지로 전국 호령하는 모습하던 대구·경북의 자존심은 어디에 있느냐"며 TK 민심을 자극했다.
그는 지역 발전 전략에 대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면서 "모든 지역이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야 할 때"라며 "대구는 대구스타일, 구미는 구미스타일, 안동은 안동스타일로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구·경북 지역 공약에 대해 "각 지역의 성장 동력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내야 한다"고 역설한 뒤 ▲첨단의료복합단지 건설 ▲K2공군기지 이전 ▲경북도청 이전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사업 ▲3대 문화권 관광 사업 등을 제시했다.
이날 TK합동연설회는 지지자들의 '근혜앓이'로 가득 찼다. 합동연설회장을 찾은 대구·경북 지역 당원과 국민참여선거인단 7000여 명은 박 전 위원장의 연설동안 27번의 박수와 연호를 외쳤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때문에 준비한 연설문을 모두 읽지 못하고 급하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비박 주자들도 수위조절에 나섰다.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쿠데타를 했다 하고 헌법을 중지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공과 과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또 공을 이어가야 한다"며 "40여년 전 세계 경제의 반열에 대한민국을 올려놓은 박 전 대통령을 위해 박수 보내자"고 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안 전 시장은 박 전 위원장을 향한 지지를 의식한 듯 "여러분도 다 찍을 사람 있을 것"이라면서 "근데 그렇게 되면 본선이 힘들어지니 가계부채를 끝장낼 안상수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여기 와서 보니까 누구를 뽑을지 대충 알 것 같다"면서 "영남 대통령이나 호남대통령으로 규정하지 말고 우리 모두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는 우리가 승리했지만 당시 얻은 표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이 여러 분석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수도권과 젊은층의 표를 갖고 올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수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 노래로 시작한 김태호 의원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누리당에 큰 믿음을 준 게 바로 대구경북"이라며 "새누리당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라고 지역민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김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대세론에 대해 "과거 새누리당은 이회창 대세론을 믿고 있다가 두 번이나 아픔을 겪었다"며 "누가 절실함을 갖고 있느냐가 승리의 기준"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특정후보의 연설이 끝나니까 다 빠져나갔다"며 "새누리당이 지금 한 배를 타고 있나 의심이 간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박근혜 공격수'를 자임해왔던 김문수 지사도 TK 지역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박 전 위원장에게 박수 많이 치시던데 저한테도 좀 쳐 달라"며 박수를 유도한 뒤 "박 전 위원장이 올 초 비대위원장을 맡아 참 잘 하셨다"고 칭찬을 보냈다. 이어 "박 전 위원장이 청와대에 가기 전에 모든 측근 비리와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김 지사는 자유주제 발표 시간에 박 전 위원장과의 인생을 대비시킨 동영상을 상영하자 관람석 곳곳에서 욕설과 야유를 받았다. 앞서 김 지사는 합동연설회 전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 50대 남성에게 멱살을 붙잡혔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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