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연이은 폭염으로 에어컨 소비가 늘어나면서 에어컨 설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하루 평균 5~6건, 늦은 밤까지 에어컨 설치가 이어지다 보니 설치 작업을 대충하는 얌체 설치 기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8일 국내 한 가전업체의 에어컨 설치센터에 따르면 폭염이 이어지며 에어컨 설치 문의가 4배 가까이 늘었다. 봄과 가을엔 오전 1집, 오후 1집 방문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는 하루 평균 6곳 이상, 많게는 10곳 이상까지 에어컨을 설치해야 하는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무량이 늘어나자 부실설치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트위터와 주요 포털 카페에는 에어컨 설치 부실로 피해를 봤다는 사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례도 다양하다. 잘못된 장소에 실외기를 설치해 동식물이 폐사하는 사례부터 시작해 설치 잘못으로 에어컨 이용을 제대로 못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가장 문제되는 점은 진공작업이다. 에어컨을 설치할 때는 배관 내 공기나 이물질을 제거해야 하는데 보통 15분 이상 진공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주문량이 밀려들다 보니 이를 무시하고 진공작업 시간을 3~5분으로 단축하거나 아예 시늉만 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A씨는 주문한 지 열흘 만에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 사후 서비스를 신청했다. 알고 보니 에어컨 설치 기사가 진공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냉각성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에어컨 설치 센터의 한 관계자는 “바쁠때 진공작업 시간을 임의로 줄이거나 아예 생략하는 기사들도 있다”면서 “진공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찬바람은 나오다 보니 소비자 입장서는 이를 모르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진공작업을 부실하게 할 경우 냉방성능이 최대 10% 가까이 떨어진다. 냉방성능이 떨어져 전기세도 늘어난다. 최악의 경우 제품 수명도 단축된다. 진공작업 도중 배관내부에 공기가 섞이게 되면 컴프레서의 윤활작용을 방해해 제품 고장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어컨 설치시 진공 작업을 15분 이상 하도록 요청해야 이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설치하러 온 기사들의 설치자격증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설치 불량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가전업체에 소속된 기사인지, 설치자격증은 갖고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면서 "작업중에도 진공작업을 15분 이상 하는지를 면밀히 살펴 부실 설치를 소비자 입장에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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