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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눈칫밥까지…방학이 싫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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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저소득층 초·중·고생 47만명, 외로운 방학생활

한부모 가정 자녀인 초등학교 4학년생 최석영(10·서울 마포구)군은 요즘 매일 점심을 먹기 위해 구내 한 지역아동센터를 찾는다. 서울시가 지역아동센터 등 취사 장비를 갖춘 시설에서 아동프로그램과 연계하거나 일반음식점, 도시락 배달 등 지역여건과 본인 희망에 따라 결식아동을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군은 "친구나 엄마랑 같이 이곳에 온다. 혼자 와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재미도 없고 창피하기도 해 거의 안온다"면서 "매일 반찬이 비슷한데다 맛도 별로 없다. 학기 중 학교 급식이 오히려 맛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최 군의 어머니를 만났다. 그는 "한 끼 비용이 4000원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양질의 급식이 제공되는 것 같진 않다"며 "특히 위생 등도 걱정되는데 아이 굶기지 않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군과 살짝 눈을 맞춘 뒤 말을 이어갔다. 그는 "아이가 벌써 혼자 밥 먹는 것에 창피한 걸 느끼는 것 같다"면서 "눈칫밥 먹이고 있는 것 같아 엄마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여름방학 중 급식지원을 받는 전국의 47만여명 저소득층 가정 초·중·고교생들에게 방학은 즐겁지 않다. 무엇보다 한끼 비용이 3000~4000원에 불과해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렵다.


또한 급식 지원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방학중 급식 방식은 ▲급식카드나 식권 지급 ▲지역아동센터 등을 통한 단체급식 ▲도시락 배달 등이다. 각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지원받는 아동들의 편의와 정서적 측면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방식을 선택하고 운영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조효진 서울시아동복지센터 임상심리사는 "똑같은 점심을 먹어도 누구는 돈을 내고 누구는 무료급식이라고 해 차이가 생기면 아이들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고 자신감이 위축되는 등 성장과정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식아동, 더 '배고픈' 방학 = 농촌지역인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에 거주하는 김모(13)양은 점심때면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빵이나 삼각김밥을 사 먹는다. 김 양이 사는 지역내 G-Dream카드 가맹점은 이 곳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G-Dream카드는 경기도가 방학 중 결식아동의 식사 지원을 위해 제작한 전자급식카드로, 하루 4500원씩 충전돼 매월 초 결식아동에게 지급된다.


김 양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G-Dream카드 가맹 음식점이 있는 인근 봉담, 병점, 동탄 등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나가야 하지만 차비가 더 든다"면서 "G-Dream카드 가맹점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사는 이모(18)군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저녁식사 때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성남지역은 G-Dream카드 대신 집으로 도시락을 배달해주기 때문이다.


이 군은 G-Dream카드를 발급받아 도서관 인근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싶지만, 시에서 카드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방학중에는 매일 이런 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원도내 18개 시·군 자치단체는 모두 1만5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지원금액이 3000~4000원에 불과해 식사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충북의 결식아동은 2만3000여 명으로 한끼당 3000원에 불과한 전자카드가 지급되고 있다.


◆방학은 심각한 학습공백기…게임 등으로 시간 보내 =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방학은 심각한 학습 공백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경제적 이유로 학원에 다니지 못하고, 방학 중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학교나 지역 아동센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 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 많다.


지난달 19일 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5학년 박모(11·인천 연수구)양은 하루빨리 방학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무엇보다 외롭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과외다 학원이다 바쁘기만 하다.


하지만 최 양은 2년전 자궁암 수술을 받고 수술 후유증으로 누워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학원 보내달라는 말은 엄두조차 못 낸다. 집 앞 사회복지관에 독서실에 있지만 워낙 공간이 좁아 자리 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최 양이 할 수 있는 건 밥상을 펴고 앉아 혼자 영어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는 일이다. 하지만 찌는 듯한 무더위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게다가 일곱 살 배기 남동생도 챙겨야 한다. 학교에선 방학동안 방과후 프로그램 중에 영어수업이 있으니 들으라고 했지만 동생을 혼자 둘 수 없어 학교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다.


박 양은 "올해에는 너무 더워서 집에 있기도 힘들다. 여기저기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다. 하루 빨리 방학이 끝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용직 근로자인 아버지와 함께 사는 중학교 2학년 김모(14·서울 강북구)양은 "하루 2~3시간 수학·영어 문제집 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터넷 서핑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기업들, 결식아동에 온정 손길 이어져 = 그나마 일부 기업들이 결식아동 돕기에 나서 주의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달 23일부터 전국 14개 급식센터에서 결식아동 1400명에게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현대건설 자원봉사자 90여명은 오는 17일까지 매일 점심시간에 2인 1조로 종로구, 중구,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아동 40여명의 가정(20가구)을 방문,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또 학습지도 및 고민상담, 문화예술공연 관람 등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한다.


서울도시철도는 지난달 23일부터 본사 근처 용답초등학교에 다니는 저소득층 결식아동 20명에게 점심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kjs333@
수원=이영규 기자 fortune@
인천=노승환 기자 todif77@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김종수 기자 kjs333@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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