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엘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약 10년을 2인자로 보낸 동갑내기 제니퍼 슈어(미국)는 한을 풀었다.
이신바예바는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4m75를 두 차례 넘지 못하며 3위를 차지했다. 2004 아테네대회, 2008 베이징대회에 이어 노린 올림픽 3연패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유종의 미는 거뒀다. 동메달을 목에 걸며 마지막 올림픽무대를 아름답게 퇴장했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이신바예바는 1차 시기에서 4m55에 도전했지만 바에 다리가 걸려 실패했다. 그는 바로 높이를 4m65로 올려 성공, 부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어진 4m70까지 가뿐히 넘으며 본격적인 메달 경쟁에 합류했다.
금메달을 둘러싼 경쟁은 이내 3파전으로 좁혀졌다. 이신바예바와 예선 A조에서 공동 1위로 함께 결선에 안착한 야리슬레이 실바(쿠바), 슈어였다. 이 중 가장 돋보인 건 슈어였다. 4m55에 성공한 뒤 4m65를 생략, 바로 4m70에 도전했다.
그에게 이번 올림픽은 절호의 기회였다. 앞선 예선에서 런던의 거센 바람에 스타들이 줄줄이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4m85를 뛰어넘어 우승을 차지한 그는 두 차례 시도 만에 4m50을 넘는데 그치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위(4m75)를 기록했던 러시아의 스타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는 4m40조차 소화하지 못해 꼴찌를 기록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 중 생존자는 독일의 마르티나 슈트루츠(공동 7위, 4m55 2차시기 성공), 한 명뿐이었다. 더구나 약 10년 동안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독주하던 이신바예바는 최근 기량이 내리막을 타고 있었다.
과감한 경기 운영은 그대로 금메달과 연결됐다. 세 차례 시도에서 4m80을 넘지 못했지만, 4m75를 두 차례 도전 만에 성공시켰다. 총 도전 횟수는 7번. 이는 우승을 거머쥐는 열쇠가 됐다. 함께 경쟁을 펼친 실바는 슈어처럼 4m75를 두 차례 도전 끝에 넘었지만, 4m80의 문턱 앞에서 좌절했다. 문제는 도전 횟수. 총 10번을 시도해 경기 운영을 보다 효과적으로 펼친 슈어에게 금메달을 넘겨줬다.
4m70을 단번에 뛰어넘은 이신바예바는 여기에 제동을 거는 듯했다. 4m75에 두 차례 실패한 뒤 이내 높이를 4m80으로 상향 조절했다. 그러나 금메달 획득을 위해 던진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2009년 8월 자신이 세운 실외경기 세계기록(5m6)에 0.26m 미치지 못하는 높이였지만, 런던의 거센 바람과 최근 하락세 속에 실패로 매듭지어졌다. 이신바예바의 찬란했던 전성기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슈어가 지난 10년의 설움을 토해내는 장면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도 아시아의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명도 결선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본의 간판 아비코 도모미(공동 19위)는 4m25를 한 번에 뛰어넘었지만 이어 시도한 4m40에서 주저앉았다. 중국의 리링은 세 차례 도전 끝에 4m25를 소화하는데 그치며 30위를 차지했고, 최윤희는 두 차례 도전 끝에 4m10을 뛰어넘는데 머물며 그 뒤(공동 31위)를 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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