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ECB(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아 전세계 금융 시장이 흔들렸지만 유로존(유로화사용17개국)을 사수하겠다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은 유효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과 상당수 민간전문가들은 드라기 총재가 시장이 기대했던 만큼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조만간 위기를 상당 부분 해소할 조치들을 결국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가 ECB의 국채 매입은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와 유로안정화기구(ESM)와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점도 독일 등 일부 국가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실행에 필요한 단계를 밟아가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드라기 총재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위험국가의 경각심과 개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ECB로서도 일정 수준의 사전 제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U 집행위의 한 관계자는 "드라기 총재의 일련의 발언을 절반 밖에 차지 않은 물컵이라고 비관적으로 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계속 물이 채워지는 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달 또는 10월 통화정책회의를 전후해 ECB의 국채 대량 매입 프로그램(SMP)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내달 9월12일엔 독일 헌재의 ESM에 대한 결정이 예정돼 있고 그 이후 ESM 출범이 가능하다.
ECB가 SMP를 가동하려면 발언권이 센 독일 등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드라기의 최근 행보도 결국에는 독일의 입장변화를 위한 시간과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위기 국가들도 위기 국가 지원을 위한 독일내 여론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나섰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5일 독일 유력 언론인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년간의 위기가 유럽내에서 정신적인 파경의 흔적 등장시켰다"며 "'남유럽은 흥청망청하고 북유럽은 짜다'는 분개는 우려할만 하며 우리는 이같은 편견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독일 언론을 통해 유로존 위기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독일내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지원 여론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유로존이 붕괴된다면 유럽제국의 건설이라는 희망도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하며 "각국 정상들은 국민들에게 유럽의 현실을 정확히 설명하고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역시 6일 발행될 빌트지를 통해 독일이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디 전 총리 역시 "지원을 하는 국가와 받는 국가사이의 대립된 논쟁이 유럽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염려했다.
독일내에 여론의 변화가 감지된다.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지난 4일자 기사에서 "ECB의 국채 매입에 반대해온 분데스 방크의 좁은 시각이 현재 유럽의 현실에 더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마저 드라기의 지난달 26일 유로화 방어 발언을 환영하는 마당에 "분데스방크가 고립을 자초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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