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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리오' 드라기와 '헬리콥터벤' 버냉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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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마리오 드라기와 벤 버냉키.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장이다. 이들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박사출신이라는 공통점외에 지뢰밭같은 현실을 타개해야 할 막중한 자리에 앉아 있는 인물이다. 둘 다 최근 말만 앞세웠을 뿐 행동을 하지 않아 시장에 실망을 낳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두 중앙은행장은 정치적 난국을 뚫고 경제를 회생시킬 몇 안되는 대안을 선택해야 하지만 결코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할 운명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말만 앞세웠다"는 평가받은 두 중앙은행장=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행동이 아니라 말로써 글로벌 경제에 대해 적색경계를 하고 있다고 말해 시장을 실망시켰다.

버냉키나 드라기는 최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경제난국을 풀어갈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지만 그들이 정작 푼 보따리는 전혀 딴판이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일 이틀간의 정례회의를 끝낸다음 낸 성명에서 “상반기 경제활동이 다소 둔화됐다”고 진단했고 버냉키 의장은 “필요하면 즉각 행동하겠다”고만 말했다. 시장이 기대한 3차 양적완화 등 추가 경기부양조치는 꺼내지 않았다. 립서비스만 한셈이다.

드라기 총재도 말만 앞세웠다.그는 지난달 26일 영국에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2일 열린 ECB 금융통화정책회의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개시장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던 그는 “유로존 정부가 구제기금들이 채권을 매입하도록 한 이후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할 준비를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 때문에 주요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미국 월가에서는 주가는 나흘째 밀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외르크 크레머는 "드라기는 실천하지 못할 기대심리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드라기와 버냉키가 직면한 비슷하면서도 다른 과제들=경제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두 중앙은행장은 첩첩산중에 갇힌 꼴이다. 더 불리한 것은 드라기.


드라기는 8년 임기중 첫 해에 유로존 국채위기 해결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런데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회원국 지도자들이 사사건건 첨예하게 대립하는 탓에 유로는 약세에 빠졌고 경기는 침체국면을 헤메고 있다.


반면, 버냉키는 이제 두 번째 임기를 17개월만 남겨놓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1.4분기 성장률이 1.9%로 지나치게 낮아 8.2%인 실업률을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둘이 직면한 경제적 과제도 다르다. 버냉키가 채권매입을 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다른 차입 금리를 낮추고 경기와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것이다.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돈이 몰리면서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져 미국은 값싸게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그러나 드라기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자체 경제와 재정문제를 풀도록 하면서 두 나라의 국채금리를 낮출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10년 물 국채금리는 2일 각각 7.058%와 6.304%를 기록했다.


둘은 공히 ‘정치’에 발목이 잡혀있다. 버냉키는 미국의 ‘대선’이라는 불편한 시기에 직면해있다.민주당은 재빨리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반면,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 다음달 12~13일 FOMC에서 그가 행동한다면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지원을 위해 경기부양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할 게 틀림없다.


드라기는 ECB가 돈을 찍어 회원국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꿔주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을 금지한 ECB헌장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ECB 최대주주인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하늘이 두쪽이 나도 이것만은 막겠다는 태세다. 2일 회의에서도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의 반대로 채권매입이 좌절된 것은 드라기가 처한 상황을 웅변한다.


돈을 찍어 재정적자를 메꾸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유로를 구해야 하는 모순을 풀어야 하는 게 드라기의 숙제다.


◆두 중앙은행장의 향후 행보는=저마다의 사정 때문에 드라기나 버냉키가 선택할 방안은 제한돼 있다.


항구적 구제기금으로 출범하는 유럽안정기구(ESM)에 은행면허를 주고, ECB에서 자금대출을 받아 유로존 정부에 대출하자는 방안은 독일의 완강한 반대탓에 국채매입재개와 마찬가지로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0.75%인 기준금리 역시 낮춰봐야 변죽만 올린다는 평가가 벌써 나와 있다. 드라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각종 유가증권을 사들이고 3차 초저리장기대출(LTRO)을 단행해 돈을 푸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드라기에 비하면 버냉키의 부담은 훨씬 덜하다.이번에는 함구했지만 9월에는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7월과 8월 고용지표를 보고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앞서 1~2차 양적완화를 통해 2조5000억 달러를 풀어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만큼 ‘강력한 발언’이 ‘실질적 해법’으로 바뀌길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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