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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소비 씨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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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팁 사라지고 택시비 잔돈도 꼬박꼬박 챙겨
방학마다 특수 노리던 성형외과·피부과도 손님 끊겨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민간 소비시장 곳곳에서 지표경기를 뛰어넘는 불황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과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0%∼3.3%) 보다 훨씬 심각한 경기위축을 소비자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상황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소비부진으로 경기가 다시 꼬꾸라지는 악순환까지 보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1일 "지난 2분기 소매판매는 전년동기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2년여만의 최저 증가율"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발표하는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단순히 정부의 통계에서만 이같은 소비위축이 나타나는 게 아니다. 실제 생활패턴에서 확인되는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 위축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받던 '팁'이나 택시기사들의 가외수입이던 '우수리' 등이 자취를 감췄다.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고급 한정식당에서 근무하는 김모씨(45세)는 "4∼5년 전만해도 한달에 150만원 남짓한 월급 만큼 팁을 챙길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한 달 내내 일해도 4∼5만원 정도의 팁을 받는 데 그친다"며 "월급이 반으로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식당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서 경기불황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올해 상황은 좀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12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택시기사 안모씨(51세)도 비슷한 경우다. 탑승객들이 현금으로 택시비를 지급하면서 몇백원대의 잔돈을 남겨두고 가는 '우수리'는 옛말이 됐다. 그는 "손님들 가운데 80% 이상이 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고, 설령 현금을 낸다고 해도 대부분 잔돈을 받아간다"면서 "다들 살기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방학시즌인 7ㆍ8월을 맞아 가장 바빠야 하는 성형외과ㆍ피부과도 울상이다. 그나마 외국인 손님이 늘어나면서 근근이 병원을 유지해나가고 있지만 예전 같은 특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강남의 G성형외과 남모 원장(48)은 "올해의 특징은 여름방학 특수가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개원한 지 10년만에 이렇게 어렵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명동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조모씨(42세)는 "인근의 은행ㆍ증권사 여직원들이 주된 고객이었는데 증시상황이 나빠지면서 발길이 끊어졌다"며 "손님 동향을 통해 뉴스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불경기를 체감한다"고 덧붙였다.


소비패턴에서 가격이 싼 '열등재'나 기존 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를 찾는 경우도 많다. 정규 가격 대비 40% 이상 가격이 저렴한 조조영화나 세탁소 드라이크리닝 대신 가정용 중성세제를 선택하는 소비행태가 대표적이다.


맥스무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31일까지 7개월 간 각 영화관의 조조영화 관람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조조영화 관람객 수가 전년에 비해 13%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맥스무비 관계자는 "조조영화 관람료는 5000원이고, 신용카드 할인 혜택을 이용하면 3000원이나 4000원에도 영화를 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불황에 대처하는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탁소의 드라이크리닝을 이용하던 고객들이 집에서 직접 세탁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홍은동 소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모(55세)씨는 "여름철에는 통상 드라이크리닝 손님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최근엔 예년만 못하다"면서 "대부분 집에서 손빨래 등을 통해 드라이크리닝 비용을 아끼고 있기 때문"고 말했다.


실제로 고급 의류의 손빨래에 사용하는 중성세제의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애경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간 중성세제 매출액은 약 150억원 가량으로 전년(130억원) 대비 13% 증가했다. 애경 관계자는 "소비재의 경우 대부분 판매량이 정체돼 있어 20억원 정도의 매출 증가는 이례적"이라며 "불황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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