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4년 전엔 '죽기 살기'로 해서 졌고, 이번엔 '죽기'로 해서 이겼다. 그 차이다"
김재범이 '노골드' 위기에 빠졌던 한국 유도의 구세주가 됐다.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패배의 아픔도 깨끗이 씻어냈다. 그랜드슬램까지 달성, 이젠 명실상부 세계 최강자 반열에 올랐다. '역대급' 승리 소감은 덤이었다.
김재범은 31일 오후(한국 시간) 영국 엑셀 노스아레나2에서 열린 남자 유도 81㎏급 결승전에서 올레 비쇼프(독일)를 맞아 유효 2개를 따내며 완승을 거뒀다. 비쇼프는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다름아닌 김재범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 김재범은 그런 상대를 맞아 일방적 공세를 퍼부으며 상대를 압도했다.
김재범은 경기 시작 40여초 만에 안다리걸기로 유효를 먼저 따냈다. 1분 뒤에는 또 한 번 유효를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김재범의 거센 공격에 비쇼프는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앞선 준결승전 연장 승부로 체력도 크게 떨어져 있었다. 결국 지도를 받으며 더욱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후로도 김재범은 날카로운 발기술과 굳히기를 반복하며 상대의 혼을 빼놓았다. 끝까지 공세의 끈을 놓치지 않으며 남은 시간을 잘 보냈다. 이윽고 경기 종료, 김재범은 매트 위에서 포효한 뒤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이날 승리로 김재범은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이미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던 김재범은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며 세계 최강자로 공인받았다.
함께 꿈을 키워온 동료들의 한도 풀었다. 앞서 조준호와 왕기춘은 각각 판정번복과 부상에 발목을 잡히며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날 금메달로 그들의 한도 동시에 풀어준 셈이었다.
경기 뒤 김재범은 "4년 전엔 '죽기 살기'로 해서 졌고, 이번엔 '죽기'로 해서 이겼다. 그 차이다"라며 감격해 했다. 이어 "상대 중심이 뒤로 간 틈을 탔다. 정훈 감독님이 다리 공격을 많이 하라고 하셨는데 주효한 것 같다"라고 승리의 비결을 밝혔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