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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작가│개, 고양이와 함께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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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작가│개, 고양이와 함께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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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추고, 체온을 나누며, 감정을 공유한다. 강아지 혹은 고양이와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이 털 뭉치들이 한 명의 인간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위로가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초 작가의 웹툰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는 열다섯 살을 훌쩍 넘긴 늙은 개 낭낙이, 그리고 철없는 어린고양이 순대와 만든 순간순간의 기억을 단순하지만 따뜻한 선 안에 그려 넣었다. “웹툰을 처음 시작할 때의 의도는 낭낙이한테 작별인사를 하는 거였어요. 애가 나이도 많고, 너무너무 아팠거든요. 그땐 제 마음 역시 굉장히 어둡고 기운도 빠져있는 상태였어요. 학교 다니는 건 힘들지, 만화가라는 꿈도 점점 틀어지지..... 새로 데려온 고양이도 그다지 건강하지 않았어요. 그 상황에서 어쩌면 동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서 위로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때문에 그가 그린 만화 속 동물들은 종종 인간의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당신이 그저 좋다고, 혹은 나를 오랫동안 잊지 말아 달라고.

그래서 나이가 들어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개와 장난꾸러기지만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고양이의 이야기는 늘 보는 사람들을 울리고 웃긴다. 만화가 회를 거듭할수록 공감하는 이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그 중 누군가는 초 작가에게 애완동물과의 추억을 털어놓기도 한다. “정말 들어보고 싶은 사연이 있을 때는 사람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해요. 대화를 하다 보면 그분들이 벅차서 말씀을 하시거든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하세요. 안심이 되나 보더라고요.” 수많은 이들과 기억을 공유하며 초 작가 역시 많이 달라졌다. “제 만화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고들 하니까 신이 나서 그림을 그려요. 지금은 슬픈 이야기도 즐겁게 그릴 수 있게 됐어요.”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물고 있는 낭낙이와 순대의 존재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낭낙이가 숨 쉬는 걸 볼 때, 말을 걸면 순대가 ‘미야옹!’하고 대답을 해줄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는 그니까. 초 작가가 추천하는 다섯 곡의 노래 또한 ‘개, 고양이와 함께 듣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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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작가│개, 고양이와 함께 듣는 음악

1. 페퍼톤스 ‘HOTDOG!’가 수록된 <강아지 이야기>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작업을 하는 내내 틀어놓거든요. 보통 한 번 작업을 하면 8시간에서 9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동안 같은 노래가 반복되는 걸 너무 싫어해요. 그래서 그때그때 팝이든 뭐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잡다하게 다 들어요.” 편식하지 않는 음악 취향을 가진 초 작가지만, 아무래도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곡은 강아지와 고양이에 관련된 것들이다. “‘HOTDOG!’는 바보 같으면서도 굉장히 귀엽고, 그냥 앞만 보고 달리는 큰 개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낭낙이 어렸을 적 생각도 많이 나고요. 주로 과거를 회상하면서 재미있었던 일들을 떠올릴 때 듣는 곡이에요.” 그에겐 건강했던 낭낙이와 보낸 시간으로 되돌려주는 음악인 셈이다.


초 작가│개, 고양이와 함께 듣는 음악

2. 루시드 폴의 <4집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초 작가가 두 번째로 추천한 곡 역시 강아지에 관한 노래다. “‘문수의 비밀’은 개그 콘티를 짤 때 가끔 들어요. 개가 주인한테 ‘아빠는 나를 너무나 몰라’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거든요. 제가 가끔 개나 고양이 입장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그럴 땐 동물들의 말투를 상상해보거나 얘네가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대사를 써요. 이 노래를 들어보니까 강아지의 말투가 엄청 귀여운 거예요, 꼭 어린아이처럼.” 한글도 읽을 수 있고, 이메일도 만들었으며 메신저도 할 줄 안다고 고백하는 강아지라니. 루시드 폴은 자신이 키우던 다리 짧은 강아지 문수가 탁자 위에 놓은 파인애플을 집어먹는 광경을 목격한 후, 영감을 받아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초 작가│개, 고양이와 함께 듣는 음악

3. 캐스커 ‘고양이와 나 pt.2’가 수록된 <고양이 이야기>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만화가로 데뷔하기 전, 다른 작품들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노래예요. 그때가 순대를 막 데려왔던 시기였거든요. 캐스커가 2005년 발표한 ‘고양이와 나’가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기쁜 마음을 담은 노래라면, ‘고양이와 나 pt.2’는 마지막까지 내가 네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하는 느낌이에요. 들으면서 많이 울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를 많이 이해한 다음에 듣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요.” 고양이와 주인의 시점이 모두 담겨있는 이 노래에 대한 초 작가의 애정은 각별하다. “캐스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다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 이 곡을 가장 좋아해요. 제가 추천한 다섯 곡 중에서도 제일 많이 듣는 곡이고요. 작업할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콘티를 짤 때 주로 듣죠.”


초 작가│개, 고양이와 함께 듣는 음악

4. MIKA의 < Celebrate >
“‘모두 다 함께 기쁘게 지내자, 모두 나를 축하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하는 노래예요. 기분 좋을 때 자주 듣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제가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집에 함께 있는 고양이 순대와 뾰롱이가 ‘우다다’(고양이들이 마구 뛰어다니는 행동)를 하거든요. 자다가도 깨어서 막 뛰어놀고 그러더라고요. 그게 너무 귀여워요.” 물론, 듣는 순간 몸을 저절로 움직이게 되는 MIKA의 ‘Celebrate’가 고양이들에게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가끔 마감이 급할 때는 느린 노래를 못 듣거든요. 손이 느려지니까. 그럴 때 많이 들어요. 이 노래는 딱 손이 빨라지는 박자거든요.” 그만큼 ‘Celebrate’의 리듬은 경쾌하고도 규칙적이며, 듣는 이를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초 작가│개, 고양이와 함께 듣는 음악

5. EXO-K의 < ‘MAMA’ EXO-K The 1st Mini Album >
“천사가 날개를 떼고 내려온다는 내용인데, 처음에 들었을 때는 손발이 좀 오그라드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듣다 보니까 정말 귀여운 거예요. 제가 사실 EXO-K의 티저가 한창 나오는 걸 보면서 너무 멋있어서 ‘얘네는 도대체 뭐지?’라고 감탄했거든요. 공개방송을 따라다니거나 하는 편이 아닌데, 태어나서 딱 한 번 친구와 함께 KBS <뮤직뱅크>를 보러 갔어요. 그날 EXO-K를 직접 봤는데 굉장히 잘 생겼더라고요. 그때부터 앨범을 살 정도로 좋아하게 됐어요. ‘MAMA’나 ‘HISTORY’ 같은 EXO-K의 다른 노래들과 달리, 잔잔하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들과 함께 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미카엘 보다 넌 나에게 눈부신 존재 / 감히 누가 너를 거역해 / 내가 용서 안 해’ 등의 가사가 살짝 낯간지럽긴 하지만, 소년들의 미성은 유난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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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작가│개, 고양이와 함께 듣는 음악

우울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웹툰은 어느덧 160화를 넘겼고, 오래 살지 못할 거라 예상했던 낭낙이는 도리어 건강해졌다. “애가 시력을 잃었는데, 근래에 다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완전 기적 같아요. 너무 놀라서 ‘이게 독자의 힘인가?’ 그랬어요. 많은 분들이 낭낙이한테 오래 살라고 그러시니까요.” 더불어, 원래 출판만화가를 꿈꿨던 초 작가에게는 웹툰이라는 길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확신마저 생겨났다. 다만 고양이 두 마리와 앞으로도 몇 달을 더 함께 지내야 하는 그의 작업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작업을 하려고 키보드를 쭉 빼는 순간 고양이들이 다가와요. 완전 방해꾼들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얘네가 방해할 것까지 계산해서 아예 시간 안배를 길게 해요. 애들이 저한테 달라붙으면 귀여워서 치우질 못하니까요. 불편하지만 어쩌겠어요, 고양이인데. (웃음)” 다행히 초 작가가 개, 고양이들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우리가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아직까진 충분히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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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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