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체포영장이 청구된 민주통합당 박지원(70) 원내대표가 31일 검찰에 전격 출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어떤 경우에도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 박지원과 민주당의 명예, 우리의 집권을 위해 걸어가겠다"며 자진출석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었다.
민주당 역시 의총에서 다음달 2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박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이 올라오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등을 동원해 안건을 무효화하거나, 부결시킨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렇다면 결사 항전의 의지를 보이던 박 원내대표와 민주당의 입장이 급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원내대표가 검찰에 전격 출두한 이유는 8월 임시국회가 '박지원 구하기'라는 방탄 국회 논란이 번지는데 큰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58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출석해 '검찰에 전격 출석하게 된 배경이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에 출석하는 것에 대해 당에서도 완강한 입장이었고 저로서도 사실이 아닌 혐의에 대해 조사받는 게 억울하다"면서도 "민생국회를 실종시킬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9대 국회 개원 협상을 주도한 원내대표로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내곡동 사저의혹 특검 등 산재한 민생 국회가 저로 인해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또 여야 의원들에게 부담을 드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체포동의안을 청구하고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이를 통과시킬 것으로 결정하자 이를 현실적으로 막을 방안이 뾰족하지 않았던 점도 검찰 출석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과반에 1석이 모자라는 149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검찰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 찬성 입장을 정하고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의원들을 적극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자 체포동의안 가결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는 것이다.
반면 박 원내대표가 무죄를 입증할 자신이 있어 출석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 원내대표는 자천타천 정치 9단이다. 무죄 입증 자신 없이 검찰에 무작정 출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당장은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누른 것처럼 보이지만 법정에서 사실 여부를 다투게 되면 내상을 입고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는 건 검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박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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