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2분기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만큼이나 추웠다. 공장 돌아가는 소리와 설비투자가 줄었고 모든 부문의 산업생산이 위축됐다.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봤던 정부는 "경기 흐름이 상저중저(上低中低)로 가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했다. 문제는 하반기다. 2분기가 바닥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경기 반등 시점을 점칠 수 없는 깜깜속이다. 시장에선 연간 2%대 성장을 각오해야 한다는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全)산업생산(-0.2%·전분기비)을 비롯해 산업생산(-0.1%)과 제조업평균가동률(-1.0%P), 설비투자(-3.6%), 건설기성(-4.5%) 등이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서비스업 생산은 간신히 보합세를 지켰고, 소매판매액지수는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4분기(-0.2%) 이후 2분기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악화된 수출 환경과 위축된 소비심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산업생산과 공장가동률이 하락한 것도 2분기 만이다. 여러 지표의 하락폭은 지난해 4분기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전기비 0.3%, 0.4%로 비슷하다.
6월 생산 지표도 마이너스 투성이였다. 전월과 비교한 전산업생산이 0.3% 줄었고, 산업생산(-0.4%)을 비롯해 서비스업생산(-0.4%)과 소매판매(-0.5%), 설비투자(-6.3%)가 모두 감소했다. 전산업생산과 서비스업 생산은 4월 이후 두 달만에, 산업생산은 3월 이후 석 달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같은 지표를 두고도 민관의 해석은 엇갈렸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상저하고로 봤던 경기가 상저중저로 가고 있다"면서 "회복세이긴 한데 너무 미약한 게 걱정"이라고 했다. 최 국장은 그러면서도 '하저(下低)'가 아닌 '중저(中低)'라는 표현을 썼다. 체감도는 낮아도 회복세라고 언급했다. 아직 하반기 경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런던 올림픽이 있고 휴대폰 신제품과 신차가 출시되는 3분기엔 사정이 나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김현욱 SK경제경영연구소 실장은 "위기가 진행 중이라 회복세를 거론하긴 이르다"면서 "퍼펙트 스톰(여러 비바람이 겹친 큰 폭풍)까진 아니더라도 경제를 굴리는 동력들이 꺼져 회복세를 말할 어떤 징후도 발견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예로 든 건 수출 증가세 둔화와 금융시장·국제 원자재 시장의 활력 저하다.
고꾸라진 2분기 지표는 연간 성장률이 2%대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론에 힘을 싣는다. 1분기와 2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각각 0.9%, 0.4%에 머물렀다. 팍팍한 하반기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연간 2%대 성장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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