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주요 제약사들이 지난 2분기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4월 대대적 약가인하를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다. 아직도 약가에 거품이 있는 것일까. 제약업체들의 해석은 다르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들의 2분기 실적은 '매출 증가ㆍ수익률 감소'로 간단히 정리된다. 동아제약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9.8% 늘었다. 유한양행은 17.8%, 종근당 6.0%, 일동제약 10.1% 등이다.
이아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사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종의 가수요 효과"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1분기 때 약가인하를 대비해 시장 재고를 일제히 정리했다. 물건 값이 변하니 반품ㆍ정산 등 문제가 있어서다. 그러다 4월 약가인하 후 빈 재고를 다시 채웠다. 2분기 매출 증가는 이런 일시적 효과다.
수익률은 지속적 하락세다. 동아제약의 영업이익은 46%나 감소했다. 유한양행 71%, 종근당 17%, 일동제약 45% 마이너스다. 제품 값이 떨어져 원가율이 올라간 탓이다. 동아제약의 매출원가율은 전년 동기 41%에서 2분기 50%로 8.6%p 증가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약가가 떨어진 만큼 정확히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상황이다. 제약업계에는 "3, 4분기가 사실상 진검승부"라는 말이 나돈다. 떨어지는 수익률을 보전할 신사업이나 제품 개발, 원가 절감 등에서 누가 성공하고 누가 몰락할 것인지 시장재편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란 의미다.
약가인하가 국내 제약사와 외국 제약사, 누구의 이익으로 귀결되느냐 하는 것도 곁다리 관심사다. 4월 이후 외국제약사의 시장점유율이 상승곡선을 그렸는데, 이를 두고 정책 실패를 논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결론을 말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외국 제약사의 선전이 약가인하의 효과인지, 국내사와 함께 하는 공동마케팅의 효과인지 현재로선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제약사들은 외국 제품을 도입해 대신 팔아주는 사업을 확대해왔다. 약가인하 대비책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 제약사의 제품 중 매출 신장이 큰 것들은 대부분 이런 '공동 마케팅' 제품들이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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