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장의 ‘재창업’ 스토리 | 중진공 재창업지원 가이드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은 사업 실패자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재창업자금 지원사업’과 ‘재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재창업자금 지원사업은 2010년 3월부터 정직한 실패 기업인이 쉽게 재기할 수 있도록 신용 회복을 돕고 자금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2010년 15억원에 불과했던 재창업자금 지원이 지난해에는 122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는 지원액이 200억원이 책정돼 있다.
재창업자금 지원대상은 사업 실패로 전국은행연합회에 ‘연체 등’ 정보가 등재된 자 또는 저신용자(7등급 이하)로 시중 금융권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기업인이다. 중진공의 심사를 거쳐 중기청이 4%대 저금리로 5년간 시설·운전자금을 빌려 준다. 시설 및 운전자금을 업체당 연간 최고 30억원(운전자금은 5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연대보증 채무를 8년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술력과 사업성이 있고 기업인의 도덕성에 문제가 없어야 선정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지원업체 자체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창업자금 지원과 함께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신용회복을 받은 기업인이 30명에 달한다. 신용이 악화된 예비 창업자들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지원했음에도 지원받은 업체들의 현재까지의 평균 생존율은 95%에 가까우며 평균 3.3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김현태 중진공 융자사업처 처장은 “중진공 재창업자금지원제도는 현재의 리스크를 일정 부분 감수하더라도 미래의 발전 가능성에 더욱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실패기업인 지원이 가능한 것”이라며 “지난 2년간은 이 지원제도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지원효과 극대화를 위해 더욱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재창업자금 지원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기존에는 녹색·신성장, 부품·소재 등의 전략업종만 지원대상에 포함됐지만 앞으로는 일반 업종으로까지 지원대상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건설업과 법무·회계서비스, 자동차 판매업 등에도 지원이 허용된다. 또 지원대상도 부채 규모 1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완화된다.
최근 도입된 실패기업 재기 지원책
- 실패기업인 재창업자금 지원사업(2010년, 중소기업진흥공단)
- 벤처육성특별법상 특례 신설 벤처패자부활제 활성화(2012년, 벤처기업협회)
- 신용회복위 내 재창업지원위원회 설치(2012년, 금융위원회)
- 소득 없이도 채무조정제도 신청(2012년, 금융위원회)
지난 4월 2일부터는 신용회복위원회 내에 재창업위원회가 설치돼 재기를 원하는 기업인들에게 자금융자 등을 지원한다. 재창업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학계, 금융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앞으로 총 채무 3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 사업자가 재창업을 신청할 경우 채무 조정과 신규자금 지원 규모 등을 결정한다.
채무조정 범위는 상각채권과 대위변제 이후 1년이 지난 채권의 50% 원금 감면, 채무자의 상환능력 등을 고려한 최장 5년까지의 채무상환 유예와 최장 10년까지의 상환기간 연장 등이다. 또 재창업을 위한 신규 자금은 위원회의 사업성 심의를 통과한 중기사업자에게 신보와 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최대 30억원까지 지원된다.
김용문 선진모타테크 대표는 “개인회생·개인파산 신청 또는 승인자, 재창업자금 지원을 이미 받은 경우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재창업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기존 중진공에서 담당하던 이들이 제외됨으로써 재기 불능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아무에게나 지원해줘야 한다는 게 아니라 가능성 있는 사람에 대해 재창업 지원 문호를 더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자부활캠프도 열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주최하는 중소기업 경영자 재기교육(패자부활캠프)도 마련돼 있다. 실패에서 얻는 교훈을 통해 자기반성과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재기 중소기업 경영자의 실제 성공사례를 살펴 봄으로써 자신감과 긍정적 마인드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다.
교육방식도 주입식이 아닌 교육생 주도형으로 개인 특성에 맞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1주차에는 자기반성과 성찰 프로그램, 2주차 성공을 위한 의식 업그레이드, 3주차 실패 원인 분석, 4주차 제2 창업을 위한 준비 등으로 구성된다. 심리치료, 재기에 성공한 선배 기업인들의 체험담 전파 등도 병행된다.
지난해 11월 1기 캠프를 시작으로 올 3월과 5월 각각 2, 3기가 진행한 바 있다. 오는 9월에도 캠프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참가 자격은 ‘중소기업 사업실패 경험’이며, 교육비는 무료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재창업자금 지원사업
지원대상 요건
·재창업을 준비 중인 자로 기존 사업체 폐업일로부터 재창업까지의 기간이 10년 이내일 것(실패 개인기업 대표자, 실패 법인기업 대표이사·경영실권자)
·재창업자금 지원 결정 후 3개월 이내에 법인 대표 등록이 가능할 것
·과거 운영한 사업체의 폐업을 완료했거나 재창업자금 지원 결정 후 3개월 이내에 완료 가능할 것
·고의부도, 회사자금 유용, 사기 등 폐업 사유가 부도덕하지 않을 것
·신용미회복자(신용회복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경우 제외)는 총부채규모가 15억원 이하일 것
융자조건
·대출금리(변동금리)는 기준금리에서 기업평가 등급에 따라 차등금리 적용(신용위험 가산금리 1% 별도)
·기준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 대출금리에서 0.7%p 차감
대출기간
·시설자금은 8년 이내(거치기간 3년 이내 포함) 단, 중진공 신용대출 시 5년이내(거치기간 2년 포함)
·운전자금은 5년 이내(거치기간 2년 이내 포함)
대출한도
기업당 연간 10억원(운전자금 5억원)
문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역본(지)부 (www.sbc.or.kr),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금융사업처 (02-769-6897)
연대보증 폐지가 중소기업 패자부활전 관건
까다로운 조건에도 중소기업들이 연대보증을 하는 까닭은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한 번 실패한 사람들을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되게 만드는 것도 연대보증이다.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인은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를 감면받지만 연대보증을 선 회사 대표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연대보증을 선 대표자가 회사 정상화와 관계없이 별도의 책임을 지고 부채를 상환해야 하며, 대표이사가 사직하거나 기업 주주가 변경돼도 연대보증 체결 당시 대표이사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시스템이다. 결국 연대보증을 선 대표자는 신용불량자로 추락하게 되고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신용불량이 되더라도 법인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법인이 금융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한 셈이다.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는 환경, 한 번 실패하면 평생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에 창업과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연대보증을 폐지하는 것이 중소기업 지원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기업 강단에서 연대보증 폐지를 주장하는 이민화 KAIST 초빙교수가 얘기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연대보증의 단계별 폐지를 주장한다. 먼저 정부 출연 보증기구인 신보나 기보를 중심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보증기관들이 손해를 입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산보증료를 부과하자는 거다. 회사가 회생하면 함께 면제하게 함으로써 대표자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업계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대책에는 중소기업 패자부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연대보증제도 폐지가 포함돼 있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폐지 의지를 강력하게 언급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이 조성된 가운데 최근 정부에서도 중소기업 패자부활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중소기업청이 올해 패자부활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융자상환금 조정형 창업자금을 새로 만들고, 재창업자금으로 2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조정형 창업자금은 정직한 기업인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융자금 일부를 깎아주는 것으로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재창업자금은 신용회복위원회와 함께 신용을 먼저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사업에 실패했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금융채무불이행자를 돕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한 상황이며,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사람에게 재기의 기회와 발판을 마련하도록 돕는 기업 생태계가 건강한 사회라는 게 한 목소리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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