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취임 초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별명은 '물가 동수'였다. 공정위의 성격을 새로 규정하면서 물가 잡기에 올인해 얻은 이름이다. 비슷한 시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동결 중수'로 불렸다. 기준금리를 꾸준히 동결하던 시절 나온 말이다. 시장에선 '양김(兩金)이 MB기획사의 2인조 그룹으로 데뷔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돌았다.
화제를 몰고 다닌 양김(兩金) 중 '앞만 보고 가는 뚝심'에선 김 위원장이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답합 조사가 단적인 예다. 뒷말은 무성하다. "금융권과 감독당국이 알면서도 방치한 문제를 시원하게 꼬집었다"는 의견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임기 말이라곤 믿기 어려운 김 위원장의 정책 드라이브를 보면서 관가에선 모두가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을 경험할 때 나 홀로 짱짱한 김 위원장을 '벤자민'에 빗댄다. 시간을 거스르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따온 별명이다.
흥미로운 건 과천 시절 김 위원장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이다. 국장 시절까지 주요 보직을 맡은 일 없이 차관에 오른 드문 케이스다. 재정부 후배들은 "김 위원장은 온화한 성품 외에 이렇다 할 개성이 드러나는 관료가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그랬던 김 위원장은 공정위로 옮긴 뒤 딴 사람이 됐다. 취임 첫날부터 '물가 당국'을 자처하며 인사권을 행사했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유통 수수료 인하와 대기업 빵집 매각 등을 이끌었다. 컨슈머리포트 발행과 대기업 내부거래 현황·지분도 공개 같은 민감한 사안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김 위원장의 속도전에 안팎에선 불만이 높다. 여전히 공정위의 환골탈태를 '소 잡는 칼로 닭 잡는다'고 여기는 직원들이 있고 시장 질서를 흔든다는 기업들의 볼멘 소리도 들려온다. 김 위원장과 긴 시간 공직생활을 함께했던 한 관료는 "출발 신호가 떨어지면 경주마처럼 눈을 가리고 앞으로 질주하는 김 위원장의 진짜 캐릭터가 공정위에 가서야 제대로 드러난 셈"이라고 귀띔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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