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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가장 좋은 타이밍에 예니콜을 만난 것 같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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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가장 좋은 타이밍에 예니콜을 만난 것 같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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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은 각자 한 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도 어색하지 않을 쟁쟁한 배우들이 협연한 영화다. 그리고 이 ‘별들의 전쟁’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바로 예니콜을 연기한 전지현이다. 호기심 많고, 말 많고, 그만큼 사람을 홀리는 매력도 많은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은 우리가 반했던, 하지만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전지현’의 기억을 되살린다. 동시에 이는 전지현이라는 브랜드의 시작이었던 <엽기적인 그녀> 이후 그녀와 한국 영화계가 아쉽게 흘려 보낸 지난 시간들을 재확인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지현을 만나 예니콜에 쏟아지는 호평은 물론 예상치 못했던 흥행 부진과 해외 진출로 인한 공백, 그리고 많은 남성들을 가슴 아프게 한 결혼에 대해 물었다. 대답만큼 흥미로운 건 호들갑스러운 찬사에도 좀처럼 들뜨지 않고 “이게 끌이 아니다. 앞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하는 씩씩하고 편안한 그녀의 얼굴이었다. 전지현이 돌아왔다. 몸에 꼭 맞고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거침없이 활보하면서. 환영한다, ‘그녀’의 귀환을.

<#10LOGO#> 이번에 유난히 인터뷰 신청한 매체가 많았다고 들었다. 예니콜 캐릭터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텐데 기분이 어떤가?
전지현:
어렸을 때는 인터뷰라는 게 영혼을 파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똑같은 말을 계속 하다보니까. 그래도 칭찬을 듣는 건 당연히 기분 좋다.


“예니콜은 뭔가 속 시원하다”


전지현│“가장 좋은 타이밍에 예니콜을 만난 것 같다” - 1

<#10LOGO#> 예니콜은 대중이 당신에게 갖고 있는 환상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그걸 깨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후반부 아파트에서의 샤워 신처럼 특유의 개성인 긴 머리와 몸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한편으론 욕을 한다거나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지현:
예니콜은 뭔가 속 시원하지. 철저한 개인주의로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 아니면 다 쓸데없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만큼 하고 싶은 말을 척척 해내니까. 나는 직업 특성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런 점들이 연기하면서도 후련했다. (웃음)

<#10LOGO#> 잠파노(김수현)가 기습 키스를 하자 “보통 여자들은 당황하겠지만 난 괜찮아.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거든”이라고 하지 않나. 자기가 예쁜 걸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런 대사를 그 ‘전지현’이 하니까 역시 폭발력이 있더라.
전지현:
솔직히 여자들은 누군가 날 좋아한다고 하면 원래 이상형이 아니라도 흔들리지 않나. 그런데 누구나 꿈꾸는 이상형인 김수현의 일방적인 구애를 당당하게 받아치면서 “넌 아직 안 돼”라고 하는 것도 기분 좋고 굉장히 재밌었다. (웃음) 예니콜이 마카오 박(김윤석)과 만나는 장면에서 “여자는 치마는 짧고 머리는 길어야지”라는 대사도 있지 않나. 최동훈 감독님이 그 대사를 쓰시면서 ‘아, 전지현이 안 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했다더라. (웃음)


<#10LOGO#> 예니콜 만큼은 아니더라도 당신도 예쁜 외모로 수혜를 받은 적이 있을 것 같다.
전지현: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활동을 해서 알게 모르게 그런 부분들이 있었지. 특별하게 잘 대해주신다거나. 하지만 스스로 적극적으로 외모를 이용해서 뭘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본 적은 없었다.


<#10LOGO#> 언론에서 <도둑들>을 두고 ‘<엽기적인 그녀> 이후 10년만의 대표작’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런데 이는 그 동안 제작자나 감독들이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좀 게을렀다는 의미기도 한 것 같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동안 스스로도 아쉬움을 많이 느끼진 않았나?
전지현:
좋게 봐주시면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스스로 선택의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다. 혹은 지금 딱 제 때에 맞게 예니콜이라는 캐릭터를 만난 것일 수도 있고. 이 캐릭터를 20대에 만났더라면 이런 느낌으로 표현해내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나. 가장 좋은 타이밍에 만나게 된 것 같다. 배우도 작품과 인연이 있다. 넓게 보면 운명일 수도 있는 그런 인연이 그동안 잘 닿지 않았던 것뿐이다. 나는 앞으로도 배우 생활을 계속 할 건데, 예니콜이 끝은 아니지 않나. 앞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 같다.


“예니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전지현│“가장 좋은 타이밍에 예니콜을 만난 것 같다” - 1


<#10LOGO#>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걸 촬영할 때부터 느꼈을 것 같다. 좋은 캐릭터를 만났고, 최선을 다했고, 잘 해냈다. 시작은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전지현의 영화’가 된 이번 작품의 개봉을 기다리는 마음이 어땠을까 궁금했다.
전지현:
물론 <도둑들>은 정말 감이 좋았다. 최동훈 감독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감독일 뿐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만드는 분이시니까 당연히 좋을 거라 생각했고 작품을 결정할 때 어느 정도 기대를 한 건 있었다. 그리고 나만 나오는 게 아니니까 다른 배우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좀 더 컸고. 하지만 <도둑들>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의미가 남다른 건 아니다. 나한테는 매 순간, 매 작품이 모두 같다. 어느 작품 하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없다. 늘 좋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선택을 해왔다. 다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많이 벗어난 작품이어서 흥행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관객의 머리에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없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나라고 뭐 그럴 줄 알았겠나. (웃음) 어느 배우든 그 작품이 대박날거라는 생각으로 고르지 흥행에 실패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선택하지는 않으니까. 나 같은 경우는 그게 여러 번 이어져서 좀 안타까웠을 뿐이다.


<#10LOGO#> 예니콜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은 해봤나? <엽기적인 그녀>가 자칫 삐끗하거나 잘 안 풀리면 예니콜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지현:
개인적으로는 <엽기적인 그녀>와는 별개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내가 출연했던 작품 중에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가 <엽기적인 그녀> 밖에 없어서 그렇게 보이는 건가 싶은 생각은 든다. (웃음) 하지만 다른 인물이니까 그렇게 연결시킨 적은 없다. 그냥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니까 나도 예니콜이 좋았다.


<#10LOGO#> 남자에게 받은 상처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예니콜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강한 여자지만 한편으론 빈틈이 많고 여린 여자라는 느낌도 있다.
전지현:
그렇지. 예니콜은 왜 잠파노의 순진무구한 사랑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이 여자에게 무슨 상처가 있었던 걸까를 생각했다. 잠파노가 예니콜 주위를 배회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반대다. 잠파노는 늘 그 자리에 있거든. 예니콜이 받아들이지도 밀어내지도 못하고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거다. 의심하면서. 어떻게 보면 불쌍하지.


<#10LOGO#>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그런 전사를 영화에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설정을 만들었을 것 같은데 어떤 방식이었나?
전지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은 촬영하기 전에 전체 리딩이라던지 캐릭터에 대해서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고 그냥 수다를 떤다. 그러면서 서로의 취향을 알아간다. “난 이런 사람이다, 넌 어떤 사람인가”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있었다. 서로의 음악 취향, 영화 취향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저절로 그럼 예니콜은 어떤 사람인가로 이야기가 발전되었다. “네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서 예니콜은 이런 인물과 가장 흡사하지 않을까”부터 “예니콜은 미술관장(신하균)이랑 잤을까, 안 잤을까”, “예니콜은 잠파노를 좋아했을까, 안했을까, 그건 사랑일까, 아닐까”까지 장난처럼 얘기하면서 저절로 캐릭터가 구축되는 거다.


<#10LOGO#> 예를 들면 어떤 영화의 어떤 캐릭터였나?
전지현:
감독님이 주로 말씀하셨던 것은 역시 케이퍼 무비들이다. 도둑 나오는 영화, 범죄 영화. 예전 고전 영화들이 많았고 꼭 여성 캐릭터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예니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 그 자체보다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였다. 다른 배우들은 역할과 얽히는 인물이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예니콜은 호기심도 많고 말도 많다. 모든 게 너무 궁금한 거지. 여기 저기 다니면서 이 도둑, 저 도둑이랑 다 연관이 돼 있다. 그래서 ‘예니콜에게 있어 마카오 박이란? 예니콜에게 있어서 팹시란?’ 이런 생각들을 주로 하면서 그 관계 속에서의 예니콜을 만들어내는 것이 재밌더라.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인터뷰. 김희주 기자 fifteen@
10 아시아 인터뷰. 이지혜 sev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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