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5명의 “전문가들”이 있다. 미술관 하나쯤은 우습게 터는 뽀빠이(이정재), 예니콜(전지현), 씹던껌(김혜숙), 잠파노(김수현)는 설계, 연기, 줄타기, 운반까지 절도의 전 과정을 완벽한 분업 체제로 진행한다. 저기 홍콩에도 전문가들은 있다. 강력한 리더 첸(일달화)과 그 일당은 임기응변만으로 경찰들을 따돌릴 정도로 대범하다. 이 드림팀들을 낚아 올린 설계자 마카오 박(김윤석)의 미끼는 전설적인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카오에 모인 도둑들은 누구도 믿지 않고, 마카오 박이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 펩시(김혜수)까지 가세하면서 저마다의 계획을 세운다. 각기 다른 속셈으로 모인 이들은 ‘태양의 눈물’을 훔쳐낼 수 있을까? 해피엔딩이 누구의 것이 될지 알 수 없는 와중에 승패의 향방은 얌체공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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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는 그 만큼
도둑들 그리고 다이아몬드. <도둑들>은 이 한 줄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작동하고, 기대되는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제작 단계부터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별칭을 달았던 영화는 익숙한 볼거리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을 연상시키는 고층호텔에서의 줄타기 액션이나 홍콩 느와르에 대한 오마주로 느껴지는 총격신 등은 할리우드와 홍콩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누가, 어떻게 훔치냐가 가장 중요한 케이퍼 무비로써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어떻게’보다는 ‘누가’에 있다. 도둑 10인의 능력과 매력은 상충되는 지점 없이 다양한 동시에 풍성하게 교차되면서 영화의 질감을 형성한다. 그 결과 각자 입에 착 붙는 대사와 몸에 꼭 맞는 캐릭터를 입은 배우들은 펄펄 날아다닌다.
물론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번쩍거리는 <도둑들>도 광채를 잃는 순간이 있다. 마카오, 홍콩, 서울, 부산을 오가며 찍은 와이어 액션 신도, 홍콩과 한국의 스타들이 동원된 캐스팅도 어느 하나 꿰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구슬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담다보니 영화는 무거워지고 후반으로 갈수록 속도를 내야하는 장르의 특성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여기에 액션, 코미디, 멜로까지 다 잡으려는 이야기는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사랑의 작대기’를 부여한다. 청춘 로맨스부터 비극적인 멜로의 주인공까지 모두가 거대한 “사랑의 유람선”에 승선한 셈이다. 캐릭터들의 관계와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데 있어 사랑만큼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것은 없겠지만 그 순간마다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감정은 <범죄의 재구성>의 연장선상에 있는 반전과 함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1급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포부는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다시 모으기 어려울 스타들의 시너지를 보는 것, 오락영화로서 그 이상의 즐거움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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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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